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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Essay & Photo

입술망초, 각시마 / 나를 보려고 남을 본다.

by 緣海 2012. 9. 1.

[입술망초] - 뜨거운 유혹

 

 

 

 

 

 

 

 

 

 

 

 

 

 

 

 

 

입술망초의 뜨거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도 만나고 왔다.

밀회는 달콤했으며, 후환은 두렵지 않았다.

내가 감내해내고, 나만 누리고 싶은 입술망초의 뜨거운 유혹....

 

 

 

 

 

[각시마] - 운명

 

 

입술망초의 유혹이 있던 현장 바로 아래에 곱게 꽃피우고 있던 각시마,

위는 수꽃, 밑은 암꽃, 암수가 정답게 어울려 있었다.

저 입술망초는 혹 이 각시마 암,수꽃의 입술이 아니었을까.....

 

 

 

 

 

나를 보려고 남을 본다

 

- 연해 -

 

“너 자신을 알라.” 델포이 신전의 벽에 새겨져 있었다는 이 말은 그리스의 철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너 자신의 무지함을 알라.”는 말로서, 세상을 다 아는 듯 똑똑해 보이는 사람도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모르고 있음을 자각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그러시는 선생님은 자신에 대해 잘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대답함으로서

우주와 신에 대해서도 깨우침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말은 “너 자신을 알라. 그러면 너는 우주와 신에 대해서도 깨치게 되리라.”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천5백년 전, 인도에서 태어난 싯다르타 고타마, 즉 부처님도

진정한 자기 자신을 몰랐기 때문에 왕자의 삶으로서도 조금의 행복도 느낄 수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왕자는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머리를 깎고 왕궁을 떠나 수행자가 되기에 이를 때

안고 간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아직 모를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6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동쪽에 떠오른 별을 보고 홀연히 깨달았다.

“아직 모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우리의 본성, 즉 참 나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때만 우리는 진정한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은 ‘나와 세상’, 즉 ‘나와 우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중 나는 주체이고 세상은 객체이다. 주체인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객체인 세상을 알 수 있겠는가.

주체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 출발은 “아직 모를 뿐”인 것이다.

인생은 길이다. 알아야 길을 갈 수 있듯, 알아야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은 걷는 것만 못한 법,

 우선 알고, 그다음에는 보고, 그 다음에는 걸어야 할 것이다.

걸어야 할 곳은 바로 우리 살아가는 이 세상이요 우주이다.

 

 

소크라테스는 신의 불경죄와 청소년을 미혹시킨 죄로 법정에 섰을 당시

 70세의 나이로, 국외로 도망치라는 친구와 제자들의 권유를 물리치고 결국은 독배를 마시고 숨을 거뒀다.

싯다르타는 높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혼자만의 깨달음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속세로 다시 나왔다.

두 분 다 혼탁하고 몽매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아는 방법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거울을 보듯, 자신을 알기 위해 세상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듯 사람은 자신을 보려거든 남을 보아야 한다. 즉 세상이라는 거울에 비쳐보아야만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아를 찾기 위해 무수히 방황했었던 날들, 가출과 출가는 나를 떠나 세상으로 뛰어든, 나를 알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겨야 한다. 타인의 얼굴에 정답이 있다.

 남이 웃으면 내가 웃고 있는 것이요, 남이 찡그리면 내가 찡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은 나의 거울이요, 나를 보려고 하는 자 우선 남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거울은 닦아야 잘 보인다. 나는 오늘도 남을 잘 보기 위해 나의 내면을 닦고 또 닦아야 할 것이다.

 

 

 

 

 

 

 

Beauty of Forgiveness / Frederic Dela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