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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닻꽃 / 꽃은 가을에도 피더이다

by 緣海 2012. 9. 12.

[닻꽃] - 비밀, 어부의 꽃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 사공이 너무 많았나 보다.

닻꽃의 닻은 배 뒤꽁무니에 매달려 있어야 어울리겠지만,

가을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꽃대위에서 바람의 파도를 헤집으며 정박할 곳을 찾고 있다.

저 닻을 내려 생의 여정이 멈춰지는 지점은 어느곳, 어느 세월 쯤일까....

 

 

 

 

 

 

꽃은 가을에도 피더이다

 

- 연해 -

 

꽃은 가을에도 피더이다, 꽃은 가을에 더 붉더이다

이른 봄, 이제 막 개학한 등교길에서

배낭을 메고 재잘거리며 걷는 여학생을 만나듯

아직 눈도 채 녹지 않은 산길을 걷다가

언 바람에 풋풋하게 흔들리는 봄꽃만 꽃인줄 알았는데,

오월의 태양에 빛나는 도시 한복판에서

짧은 치마 높은 구두로 눈길을 뺏는 아가씨를 만나듯

색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여름꽃만 꽃인줄 알았는데,

 

가을에도 꽃은 피더이다, 가을꽃이 더 뜨겁더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을과 닮은 가을색으로

자꾸만 짧아지는 햇살을 빈 가슴 가득 채워보지만,

내일 모레 혹은 그 언제쯤 닥쳐올지 모르는

하얀 무서리는 생각하기도 싫어 모른 척 하지만,

견디지 못하고 꽃잎을 여는 저 가을을 어찌하랴

아직도 가슴속에는 비등점에 가있는 체온을 어찌하랴

 

가을 꽃을, 나의 가을 꽃을 수수하다고만 말하지마오

붉은 입술 물매화를 볼 때까진 꽃의 가을을 얘기하지 마오

산으로 올라간 꽃의 전설이 이야기를 몰고 내려올 때

나의 모든 귀를 열어 그대의 여름이야기 들으리니

산위에서 꽃피워진 사연은 쓴풀처럼 아리더이다

올라가면서 피우지 못한 꽃, 내려오면서는 피워 내리니

아침 이슬과 천둥과 바람과 달빛이 늘 함께 하던 곳

가을꽃은 그 높은 곳을 기억하고 있기에 더 맑게 피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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