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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왕과, 노랑개아마 외 / 네가 보여준 그리움

by 緣海 2012. 7. 30.

 [왕과] - 이슬마

 

 

 

 

 

 

 

 

 

 

 

 

 

 

왕과의 중국어 뜻은 오이라는 의미이다.

황과 혹은 월과라고도 하는데, 어이하여 이 아이에게 그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지만,

꽃의 모양이 오이꽃과 비슷하긴 하나, 많이 다르기도 하다.

쥐참외 혹은 이슬마라고 부르며, 열매 혹은 뿌리의 모양에서 작명된 이름인 듯 하다.

 

 

 

 

[노랑개아마] - 힘든 사랑

 

 

 

 

 

 

 

 

 

 

 

개화의 습성이 참 재미있는 아이, 노랑개아마이다.

정확히 오후 두시경에 피기 시작하여 네시가 넘어가면 일제히 꽃잎을 닫아버린다.

꽃잎이 들어간 노랑개아마를 보고 누가 꽃인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그저 꽃지고 열매가 맺힌 줄로 알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닫힌 꽃잎도 다음날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려하게 개화한다.

 

 

 

 

[땅나리] - 순결, 아름다움

 

 

 

 

 

 

 

 

 

 

 

 

 

나리꽃 종류중에 거의 유일하게 꽃잎에 점이 없는 꽃, 땅나리이다.

순홍색의 순결한 아름다움은 꽃말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오후의 햇살을 말없이 받아 스스로 아름다움을 빛내며 서있는 땅나리.

땅나리를 담을 때면 화형에 처해지는 기분으로 더운 산속을 기어야 한다.

 

 

 

 

[금불초] - 상큼함, 상존함

 

 

땅나리가 피어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함께 피어있게 되는 꽃, 금불초이다.

꽃에도 서로 궁합이 맞는 꽃들이 있는 것 같다.

땅나리에 금불초처럼, 패랭이 또한 자주 어울려 피어있다.

이들과 어울려 여름이 깊어간다.

지금 밖에 나서면 지글 지글 끓는 하늘이 꼭 화형장 같다.

꽃담으러 가는 길은 화형에 처해지는 기분,

그러나 그런 뜨거움조차 즐거움으로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네가 보여준 그리움

 

- 연해 -

 

네가 그리움을 보여줬을 때

나는 꽃길을 혼자 걷고 있었지

 

네가 보여준 그리움은

나비가 되어 꽃 사이에 머물다가

하늘 하늘 날아올랐고

 

나비 따라간 내 눈길이

8월의 태양에 이르렀을 때

화형장같은 붉은 꽃길에

던져진 내 몸은 불타오르고 있었지

 

너의 그리움이 내게 왔을 때

너를 그리워한 죄목에

화형에 처해진 하얀 내 영혼은

연기처럼 무게를 털어내고

8월의 하늘을 푸르게 날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