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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누른하늘말나리외 / 늪은 안개에도 꽃을 피운다.

by 緣海 2012. 7. 21.

 [누른하늘말나리] -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

 

 

 

 

 

 

 

 

 

 

 

 

 

 

지난번 게시한 누른하늘말나리가 있는 곳을 다시 찾았다.

몇몇 꽃이 더 올라왔고, 더 풍성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침 옆에 서있는 하늘말나리와의 대비가 이채로웠다.

이채(異彩)롭다는 말, 이런 때 써야 할 말이리라..

 

 

 

 

[구기자] - 희생

 

 

 

 

어릴적 싸리문 옆 울타리에는 늘 구기자나무 몇그루씩은 심어져 있던 기억이 있다.

밖에서 놀다 집에 오면 대문에서의 붉은 그 유혹에 못이겨 몇개 따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들척지근한 그 맛에 도로 뱉어내기 일쑤, 고추처럼 맵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여러 약재와 술담그는 재료로 이용되곤 했던 구기자는 울타리의 비상약국이었던 셈이다.

그 구기자에 예쁜 꽃이 피었다. 꽃 진 그자리에는 또 다시 유혹처럼 고추를 닮은 열매가 달리겠지.

문득 청양의 목면 여우고개 밑에 있는 구기자 동동주 공장의 술맛이 그리워진다.

 

 

 

[파리풀] - 친절

 

 

 

 

 

 

  

 

꽃말이 '친절'인 파리풀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계절은 한여름이 되었고,

예전에는 파리풀 뿌리를 찧어 밥에 섞어 뿌려놓으면 파리들이 먹고 죽었다던가..

파리풀의 친절은 파리를 잡기 위한 것이니, 세상에 이유없는 친절은 모두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그 파리풀 앞에 푸른색 거미 한마리가 지나가는 파리나 나비를 노리고 있다.

위험천만한 저 나비, 부디 거미의 친절을 조심할 지어다...

 

 

 

 

[가는장구채] - 동자의 웃음

 

 

 

가는장구채를 이렇게 담을 수도 있다. 꽃잎은 하얗고 컴컴한 숲속에서 꽃피우니,

꽃잎에 노출을 맞추면 마치 밤하늘 별이 돋은듯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많은 수의 가는장구채가 핀 곳에서는 여러 별자리의 모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몇개 안되는 꽃으로 북두칠성을 흉내내 보았다. 닮았다면 좋고,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왜박주가리] - 먼 여행

 

 

 

 

 

 

 

 

 

 

 

왜박주가리 역시 지난번보다 더 풍성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심성이 부지런한지 아침일찍 꽃을 활짝 피우고, 해가 중천에 뜰 무렵이면 벌써 꽃잎을 닫아버린다.

우리는 꼭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늦잠을 자더라도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더 부지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령으아리] - 고결, 마음이 아름답다

 

 

 

주변 다른 꽃 잎이 하나 끼어들어 사위질빵으로 오해했던 조령으아리이다.

조령으아리는 꽃받침잎이 정확히 6개씩 달린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모두 6개씩의 꽃잎을 달고 있다.

울타리 위에 피어있는 꽃을 마침 흐린 하늘에 대고 담아보았더니 하이키버전의 사진이 되었다.

조령은 문경새재를 이르는 말일 터이니, 이 아이는 아마도 그쪽이 고향인 것 같다.

 

 

 

 

 

 

늪은 안개에도 꽃을 피운다

 

- 연해 -

 

늪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풀 한포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천년의 세월을 퇴적하여

쌓아온 기다림

질식할 것 같은 진흙속에서도

꽃씨는 아직 살아있다

 

늪을 건너온 사람은 안다

물 한줄기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시간조차 잠들어 있는 곳이어도

밀어올릴 새로운 세상

꿈꾸어 온 씨앗 있을 때

늪은 안개속에서도 늘 꽃을 피운다

 

 

 

 

 

 
Alec Finn / The water is wide(저 넓은 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