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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방죽골 / 화휴기

by 緣海 2011. 12. 23.

[방죽골] -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재

 

 

 

 

 

 

 

 

 

 

 

[방죽골]

 

호수보다는 작으나 둠벙보다는 큰 곳,

저수지보다는 작으나 연못이나 웅덩이보다는 큰 곳,

의례이 그런 곳을 방죽이라 불렀고, 방죽이 있는 마을은 방축리나 방죽골이라 불리었다.

 

옛 생각 나게 하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의 방죽골을 새벽에 다녀왔다.

어릴 적 시골 고향의 방죽골에는 넓은 밭이 있었다.

학교에 갔다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 밭에서 보내었다.

지겨운 밭일로 가고 싶지 않았던 방죽골이 어느덧 추억의 한귀퉁이에는 그리운 곳으로 자리잡았다.

어쩌면 그리워하는 건 그곳이 아니라 그 시절인지도 모른다.

 

 

 

 

 

 

화휴기(花休期)

 

- 연해 -

 

아파서 눈물이 날지도 몰라

청춘이 떨어진 자리마다

한기 묻은 바람

시려운 두눈에 스쳐 지나가면

 

첫눈처럼 울먹일지도 몰라

젊음이 피던 꽃턱마다

날렵한 이슬대신

성에가 하얗게 돋아나면

 

지나가버린 가을날

던져진 단풍잎 몇장에 적힌

꽃의 유서를 보면

억새처럼 울어버릴지도 몰라

 

 

 

 

 

P.S.

 

어제는 종일 자살한 두 학생의 소식을 보며 보냈습니다.

대전의 여고생과 대구의 남중생,

여고생의 엘리베이터 안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닦아냈고,

남중생의 기나긴 유서를 보며 안타까운 한숨을 지었습니다.

 

어쩌면 따뜻하고 귀여운 우리의 남동생, 여동생이었을 그 둘의 모습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몇번이고 망설이고 다시 생각했을 시간들이

내 가슴에 통증으로 아릿하게 짓눌러 왔습니다.

 

꽃잎처럼 몸을 날리던 그 시간,

그렇게 만든 다른 아이들은 한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을 향한 미움도 분노도 이젠 모두 소용없습니다.

그러나 몸을 베는 혀의 폭력과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입술의 폭력을

물리적인 모든 폭력과 더불어 영원히 미워하고 분노할 것입니다.

 

꽃잎처럼 날아간 그들,

꽃도 피다 지치면 쉬어갈 화휴기,

그 화휴기에 든 것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쉬임이 있을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생각하며 쓴 이 글을 그들에게 보냅니다.

 

 

 

 

 

여행자의 노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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