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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꽃지 / 홍시

by 緣海 2011. 11. 13.

[꽃지의 저녁]

 

 

 

 

 

 

 

 

 

 

 

 

 

 

 

 

 

 

 

 

 

 

[할미 할아비바위 일몰]

 

 

 

 

 

 

 

 

홍시

 

- 연해 -

 

가으내 시심이 깊어가더니

파란 하늘 배경으로 붉은 시가 돋아났다

 

시의 운율은 바람과 서리와 새벽별,

시의 문법은 햇빛 받아들여

깊은 맛 들게 하는 푸른 잎,

벌레 먹은 문장들은 탈고하고

단풍 물들여 낙엽으로 떨구고 나서야

비로소 빛나는 한알의 홍시

올려다 보는 독자들을 허공에서 바라본다

 

열매가 되기 전 너의 시어들은

거칠은 나무껍질이거나

뿌리 사이를 흐르던 물과 흙이었지

언어의 연금술사, 시인의 마술이

가지 끝에서 빚어낸 까치밥

페이지마다 실린 감나무는 한권의 시집

 

아이들아 기다리렴, 때가 되면

한알씩 떨구어 지상으로 돌려보낼테니

 

 

 

 

 

 

 

 

 

 

Pachelbel's Canon - Steven Halp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