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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늦가을의 들꽃들 / 꽃이라는 이름으로

by 緣海 2011. 11. 1.

[개쓴풀] - 지각(知覺)

 

 

 

 

 

[개쓴풀]

 

개쓴풀은 참 보기 힘든 꽃이다. 다른 쓴풀 종류들은 군락이 제법 크게 자리잡는게 보통인데도,

개쓴풀은 몇개체만이 좁은 지역에 자리잡아 자라고 있을 뿐이다.

지난 여름엔 잎조차 보이지 않던 개쓴풀이 가을이 되니 자라서 꽃까지 피워주었다.

개는 개끼리 어울리는가, 개쓴풀 피어난 자리에 개수염 또한 수북히 자라났다.

이 지역에 오직 한군데밖에 자라지 않는 이 아이들이 내년에는 여기 저기 좀 더 많이 눈에 띄기를 바란다.

 

 

 

 

 

 

 

 

[며느리배꼽]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며느리배꼽]

 

둥근 턱잎 안에 열매가 한개만 붙어있을 때 그 모습이 배꼽같다하여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은 사진처럼 여러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열린다.

들꽃의 이름에 며느리와 사위만 있는 것은 왜일까.

예전부터 들꽃은 하찮게 여겨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여기에 붙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며느리와 사위는 아직 진정한 가족으로 대접받지 못했음을 엿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며느리나 사위가 붙은 들꽃 이름도 비하적인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시가 억센 줄기를 가진 며느리밑씻개나 찬밥먹고 죽은 며느리의 한이 담긴 며느리밥풀,

처가에 와서 제대로 힘을 쓰지 않는 사위가 오죽 미덥지 않았으면 여린 줄기를 가진 식물을 사위질빵이라 했을까.

 

이 며느리배꼽의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무슨 연유로 그런 꽃말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꽃말조차도 슬프기 짝이 없는 며느리이다.

 

 

 

 

[물매화] - 고결, 결백, 정조, 충실

 

 

 

 

 

 

 

[물매화]

 

지난번과는 다른 곳에 가서 물매화를 만나고 왔다.

우리 지역에서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없어서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다.

이곳에 피는 물매화에도 속칭 립스틱이 있다.

이 가을에 어디 나들이라도 하려는지 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껏 치장한 모습이다.

 

 

 

 

 

 

[큰여우콩] - 빛나는 사랑

 

 

 

 

[큰여우콩]

 

언제 보아도 신비로운 열매 큰여우콩을 보고 왔다.

큰여우콩은 저렇게 콩깍지가 벌어지고 그 끝에 콩 열매가 두개 매달려 있어야 제맛이다.

그 콩이 까맣게 반질거리는 모습이 여우의 두 눈과 닮아서 큰여우콩이라 이름지었으리라.

빨간 콩깍지 양 끝에 붙어있는 콩의 그윽한 눈망울을 바라보노라면,

그 옛날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여우 둔갑부리던 전설이 생각날 것만 같다.

그 눈동자만큼이나 빛나는 사랑으로 이 세상을 빛나게 하고 싶다.

 

 

 

 

 

 

 

[꽃향유] - 가을의 향기

 

 

 

 

[꽃향유]

 

꽃말 가을의 향기, 가을처럼 향기로운 꽃향유를 담아왔다.

요즈음 꽃들이 다 들어가는 계절이라, 이제 남은 꽃들이라곤 이 아이들과 바위솔 종류들 뿐이다.

이제 서서히 들꽃의 시절도 저물어가고, 좀딱취 꽃과 호자덩굴 열매를 보고 오면 시즌 마감하리라.

그러면 꽃들이 남기고 간 긴 겨울동안 무얼 하며 지내야 할지...

 

 

 

 

 

 

 

 

꽃이라는 이름으로

 

- 연해 -

 

피어야만 꽃인줄 알아

봄부터 그 길따라 걸어 왔습니다

 

오고 간 비바람과 햇살 한모금

징그러운 벌레마저 친구삼고 싶도록

못견딜 고독에 올려다 본 밤하늘

시린 별빛으로 여름 다 보내고

 

얼굴에 자주 그늘 드리워주던

이파리조차 곱상한 단풍들어

훌훌 곁을 떠나갈 때

뒤따라 낙화로 버리고 싶던 꽃잎

 

어머니, 당신은 꽃의 이름으로

차마 지지 못해 곱게 누워계십니다

 

 

 

 

 

 

 

제비꽃 / 조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