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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물매화, 고려엉겅퀴, 가시여뀌, 방동사니, 흰꽃향유 / 가을비 발자국처럼

by 緣海 2011. 10. 14.

[물매화] - 고결, 결백, 정조, 충실

 

 

 

 

 

 

 

 

 

 

 

 

 

 

 

[물매화]

 

매년 가을이면 한번씩 가는 이곳에 가서 립스틱 물매화를 만나고 왔다.

다 똑같은데, 단지 암술머리에 붉은 색이 연지처럼 칠해져 있다.

이 자그마한 차이가 다른 물매화들을 평범한 꽃으로 만들어 버린다.

명품과 범품의 차이는 사실 그닥 크지 않은지도 모른다.

남다른 무언가의 한가지가 운명까지도 크게 달라지게 만든다.

 

물매화를 많이 만나고 사진에 담아왔지만, 아직도 물매화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아무리 힘써 담아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똑 떨어지게 이것이다 하게 만드는 졸업작품을 아직 만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꽃이기에 뭇 사진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정말 액자로 만들고 싶을 만큼 멋진 작품을 얻었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물매화를 만났노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고려엉겅퀴] - 근엄, 독립, 권위, 닿지 마세요. 건드리지 마세요.

 

 

 

 

 

 

[고려엉겅퀴]

 

강원도 지방에서는 고려엉겅퀴의 어린 잎을 곤드레나물이라 해서 나물로 먹는다.

처음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에 가서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는데, 그 교묘한 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동안 그 맛을 그리워하다가 대전에도 곤드레나물밥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집에 찾아갔었다.

비록 허름한 집이었지만, 그 맛은 그리워했던 예전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계룡시 옆을 지나가다가도 곤드레나물밥집을 발견하였는데, 그 집은 언제 한번 기회를 보아 들러보아야겠다.

이렇게 맛으로 유명한 곤드레나물의 꽃이 고려엉겅퀴로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꿀도 많이 나오는지 박각시나방과 꽃무지 등 여러 곤충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고려엉겅퀴를 찾는다.

 

 

 

 

 

[가시여뀌] - 학업의 마침

 

 

[가시여뀌]

 

여뀌도 가문이 꽤나 복잡하다. 지금 생각나는 아이들만 해도,,,

가시여뀌, 이삭여뀌, 흰꽃여뀌, 바보여뀌, 개여뀌, 산여뀌, 여뀌바늘도 끼어준다면...ㅎ

그중 가시여뀌는 좀 특이한 모습이다. 온 몸이 털복숭이인데다 꽃은 한번도 제대로 피어있는 걸 본 적이 없다.

혹시 산길을 걷다가 사진처럼 이상하게 생긴 아이를 마주친다면 가시여뀌로 보면 틀림 없다.

저 가시여뀌는 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온 몸을 가시로 치장하였을까..

 

가시여뀌를 만나는 날은 몹시도 바람이 불었다.

가시여뀌는 가시가 생명인데 조금만 흔들려도 금방 들통이 난다.

여러장 담은 끝에 그래도 비교적 덜 흔들린 녀석을 골랐는데도 상태가 과히 좋지 않다.

이녀석 꽃말이 참 멋지다. 학업의 마침이라니, 평소에 열심히 공부했나 보다.

학업을 마쳤으면 졸업을 해야 할 터인데, 졸업장은 언제 받을까...

 

 

 

 

 

[방동사니] - 성의

 

 

[방동사니]

 

방동사니와 같은 벼과나 사초과 아이들을 보면 도망가기 바쁜데, 이날은 햇빛을 곱게 받고 있는 방동사니에 발길이 붙잡혔다.

논둑에 귀찮게도 자라나 농부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습지에 사는 대표적인 사초과 아이이다.

왜 도망가기 바쁘냐 하면, 사초과쪽 아이들 가문이 워낙 복잡하여 사진에 담아놓고도 이름을 몰라 머리아프기 일쑤기 때문이다.

사초(莎草)란 말은 항부자라는 식물과 같은 모습의 식물들을 일컫는 말로,

많지 않은 한문투의 이름으로 보아 중국에서 유래되었고, 그로 미루어 보면 중국에서 예로부터 주목받은 식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왜 사초과 식물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주목받는 식물이 되었을까.

이는 아마도 항부자의 약초로서의 효능과, 오곡의 식량으로서의 효능에 집중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

그만큼 인류는 벼과 사초과에 은혜입은 바 크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식용하고 있는 벼, 보리, 밀, 조, 수수, 기장, 옥수수 등 거의 모든 식량이 다 벼과나 사초과이기 때문이다.

 

 

 

 

 

 

[흰꽃향유] - 가을의 향기, 마지막 향기

 

 

 

 

 

 

[흰꽃향유]

 

얼마나 향기가 많길래 꽃향유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꽃향유를 찾아 예전 사진담던 곳을 찾았다.

예전보다는 좀 많지 않은 꽃향유 속을 이리 저리 거닐며 이모습 저모습을 사진에 담는데,

저만치서 하얀 꽃향유가 눈에 띈다. 눈처럼 새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꽃,

이 아이도 알비노일까. 순결한 하얀 색은 눈부신데 홀로 피어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꽃향유는 향기가 많아 많은 가지를 꺾어 방안에 거꾸로 걸어놓아 말리면 겨울내내 고운 향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배초향처럼 물고기 지지는데 위에 얹어놓으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도 하고,

배초향이나 향유와는 달리 한쪽 방향으로만 꽃들이 달려있어 수많은 곤충들을 불러 모은다.

이 꽃향유의 꽃말이 가을의 향기 혹은 마지막 향기라고 한다.

가을이 가고 본격적으로 꽃없는 계절이 되기 전에 꽃잔치를 벌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그 마지막 향기를 담으면서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아쉬움에 마음이 허허로와진다.

물론 아직도 몇몇 꽃은 더 피겠지만, 주로 향기가 없는 꽃들이기에...

 

 

 

 

가을비 발자국처럼

 

- 연해 -

 

내 남은 생의 노을속으로

따라가고 싶은 사람 있다면

가을비 젖은 발자국처럼

소리없이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낙엽도 숨을 죽이고

온 힘을 다해 먼 허공에서 오는

빗방울 다 내게로 오듯

달려가는 내 마음 모두

그사람에게로

쏟아지는 한나절

 

내 생의 남은 시간동안

따라가고 싶은 사람 있다면

가을비 흐린 그림자처럼

형체도 없이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에레나 깜브로바 .... 가을비

Елена Камбурова - Dozhdik Osenn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