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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Essay & Photo

매봉산 고냉지 배추밭 / 그 나물에 그 밥

by 緣海 2011. 9. 18.

[매봉산 고냉지 배추밭]

 

 

 

 

 

 

 

 

 

 

 

 

 

 

 

 

 

 

 

 

 

 

 

 

 

 

 

 

 

 

 

 

 

[ 그 나물에 그 밥 ]

 

- 연해 -

 

 

'그 나물에 그 밥' 혹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하는 속담이 있다.

사전을 보면, 서로 격이 어울리는 것끼리 짝이 되었을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나 그를 따라다니는 사람이나 별로 신통치 않을 때 그 속담을 인용할 때가 많다.

"축제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밥에 그 나물 소리 듣는 차별성 없는 행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합니다."

윤영달 춘향제 제전위원장(2011년)의 말에서처럼 수준미달의 그만그만한 것들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본래의 뜻은 그런 비하적인 투의 의미가 아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이르는 말이었다.

 

우리네 전통 밥상에도 서로 잘 어울리는 그 나물에 그 밥이 있다.

쌀밥을 필두로, 보리밥, 콩밥, 팥밥, 콩나물밥, 오곡밥, 강냉이밥, 곤드레밥, 굴밥, 비빔밥, 대통밥, 헛제사밥 등은

쌀, 보리, 조 등의 곡류를 끓여 익힌 것으로 우리의 주식이 되는 음식이다.

또한 반찬으로는 국과 찌개 그리고 김치를 기본으로 전골, 찜, 지짐, 구이 등을 들 수 있다.

어느 시대였든, 어느 지역엘 가든, 쌀밥과 배추김치는 대표적인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쌀을 만들어내는 논에 이어 이번에는 김치를 만드는 대표식물, 배추밭을 가보았다.

 

배추는 김치를 만드는 주 원료이지만, 우리나라에 배추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김치, 갓김치, 무김치, 부추김치, 오이김치, 고들빼기김치, 고춧잎김치, 깻잎김치, 열무김치, 동치미 등

지역에 따라 혹은 재료에 따라 끝도 없이 김치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진게 우리네 한국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담그고 가장 많이 먹는 배추김치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가장 사랑받는 김치다.

 

선선한 곳에서 자라는 잡초성 유채에서 유래한 배추는 2000년전에 지중해 연안에서 중국에 전해졌다고 하며,

그 후 18세기 중국 북경에서 처음 결구배추가 재배되었다고 한다.

고추는 임진왜란 후 일본에서 들어와 처음 재배되었다고 하니 그 이전의 김치모습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다른 나물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을테니, 지금과 같은 모습의 김치가 된건 비교적 최근의 일일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김장철이 다가오겠지만, 김장을 통하여 겨울에도 김치를 먹게 되었으며,

김치냉장고가 개발된 후로는 사계절 각종 김치를 담그어 보관해놓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배추는 비타민 공장이라 할 수 있다. 겨울에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을 공급할 수 있는 으뜸 공급원이다.

또한 배추에는 암을 예방하는 기능성물질이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김치의 항암효과가 배추와 무관하지 않음이 밝혀진 셈이다.

 

그런데 얼마전에는 호텔 신라에서 한복 입은 사람을 출입금지 시키더니,

대한항공 기내식에서는 김치를 퇴출시켰다 하니 그들 기업은 속된 표현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우리것을 내팽개치는 어리석음이 진정한 세계화는 아닐 것이다.

가요와 드라마 등 한류문화가 세계를 감동시키고, 김치 등 한국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요즘,

한류문화와 한국음식은 서로 진정 잘 어울리는, 사전적 의미의 바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전수연 - 情(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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