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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노랑망태버섯, 사철란, 좀고추나물 / 끝사랑 당신

by 緣海 2011. 9. 13.

 [노랑망태버섯] - 화려한 외출

 

 

 

 

 

 

 

 

 

 

 

 

 

 

 

 

 

[노랑망태버섯]

 

올해는 유난히 노랑망태버섯의 개화 시기가 늦었다.

매년 곱게 피어나던 그곳에 가서 확인하곤 하였지만 허탕만을 치기 몇번,

올해는 아예 나오지 않는 걸로 알고 포기했었다.

그러다 다른 해 같으면 다 들어갈 시기에 첫 발견을 하게 되고, 이후 매일같이 나가서 지켜보게 되었다.

 

노랑망태버섯은 매우 부지런한 버섯이다.

새벽같이 개화할 준비를 한다. 아침 6시 정도면 벌써 머리부분은 땅을 뚫고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대궁이 솟아오르면 윗부분의 검자색 자실체 밑에서 노란 망사를 뻗어 내리기 시작한다.

망사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30분 ~ 1시간이면 다 내려와 특유의 고운 망사치마를 완성하는 것이다.

오전동안에 이렇게 화려한 외출준비를 다 마치고나면 숲속에서의 반짝 외출은 끝나게 되고,

12시 정오 이전에 모든 외출은 다 끝나버린다. 피자마자 금방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노랑망태버섯은 소나무가 많은 숲속에서 자라지만, 비슷한 흰망태버섯은 왕대나무 숲에서만 자란다.

이 아이들은 버섯류라 그런지 꽃말조차도 없다. 그래서 하나 또 지어주었다. 화려한 외출,,,

노란 망사를 늘어뜨리고 숲속에 곱게 피어난 모습이 귀부인의 화려한 외출준비를 보는 것 같다.

초가을, 노랑망태부인의 외출이 성공적이었으면 좋겠다.

 

 

 

 

 

 

[사철란] - 귀여운 요정

 

 

 

 

 

 

 

 

 

 

 

 

 

 

[사철란]

 

줄지어 날아가는 아가천사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꽃,

사철란은 노랑망태가 피어있는 곳 초입에 곱게 피어있었다.

해마다 담아보지만, 독특한 그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나란히 줄지어 에로스 여신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큐피드의 모습이다.

가을빛 짙어가는 숲속에 에로스 여신이라도 현신한 것일까.

 

사철란은 잎의 독특한 무늬때문에 알록난초라고도 불리워지고 있으며,

사계절 시들지 않는 잎때문에 사철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겨울 숲속에 들어가면 푸른 잎으로 반겨주는 사철란과 노루발풀들,

저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사시사철 준비해온 것이다.

 

사철란은 역광에 비추어 보아야 반짝이는 그 못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역광이라는 말은 빛의 뒤쪽이라는 말뜻으로 풀이될 수 있겠다.

사람도 때로는 뒷모습에서 더 많은 진실을 볼 수 있듯,

사물도 때로는 빛의 뒤쪽에서 더 반짝이는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좀고추나물] - 친절, 쾌유

 

 

 

[좀고추나물]

 

새뜸의 산 골짜기에는 노랑망태버섯과 사철란 뿐 아니라,

눈에 보일듯 말듯한 좀고추나물도 자주 눈에 띈다.

워낙 작아서 발로 밟고도 잘 모를 그런 꽃이다.

 

좀고추나물은 고추나물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훨씬 작은 꽃이다.

고추나물과 좀고추나물, 그리고 애기고추나물과의 차이점은 지난번에 올린 바 있다.

이렇게 작은 좀고추나물의 매력포인트는 가지런히 달려 위로 붙어있는 잎과 줄기이다.

가을이 더 깊어 잎에 단풍이 들면 가히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올 가을에 그런 모습을 담을 수 있을 지, 다시 한번 이곳에 와봐야 할 것이다.

 

고추나물의 꽃말이 친절, 쾌유라서, 좀고추나물도 이 꽃말을 원용해 보았다.

들꽃친구중에 무서운 수술을 받았던 친구가 이번에 다시 수술을 받게 되었다.

끔찍한 병마가 온 몸을 휩쓸고 있지만, 담담히 견뎌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좀고추나물의 꽃말 그대로 이번에는 병마가 좀 친절한 모습을 보여,

무사히 쾌유되어 우리 곁에 되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사랑 당신

 

- 연해 -

 

 

첫사랑은 추억속에 묻고

끝사랑은 땅속에 묻는다

 

별들이 보내온 바람따라

강물처럼 흘려온 세월

다 보내고서야 돌아보는 얼굴

당신과 나는 사랑의 끝으로 여기 있네

 

끝사랑에 정 하나면 충분하지

나는 당신에게 첫사랑보다

안쓰러운 마지막 사랑 되기 원하네

 

첫사랑은 보내야 하지만

끝사랑은 함께 가는 것이기에

보이지 않는 정에 휘감겨

오늘도 나는 당신 품에 머무네

 

여울 많은 세월 끝에서

잊을 수 없는 첫사랑보다

보낼 수 없는 끝사랑 되기 원하기에

 

 

 

 

.......Stewart Dudley - Prin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