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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건지봉의 야생화 / 구월의 하늘

by 緣海 2011. 9. 2.

[이삭귀개] - 못다 이룬 꿈

 

 

 

 

 

 

 

 

[이삭귀개]

 

올해도 건지봉에 올라 이삭귀개 땅귀개를 만나고 왔다.

보라색 이삭귀개는 올해도 변함없이 피어나 습지에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 기묘한 생김새, 괴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놀랐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었는지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저렇게 곱고 예쁜 색으로 무장한 이삭귀개는 그러나 식충식물이다.

습지에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는 벌레를 잡는 주머니가 있다.

그 주머니로 수생곤충을 잡아 영양분을 섭취하며, 땅위로는 아닌척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식충식물로는 땅귀개, 자주땅귀개, 통발 등이 있다.

 

 

 

 

 

 

[땅귀개] - 못다 이룬 꿈

 

 

 

 

 

 

 

[땅귀개]

 

자주귀개와 더불어 건지봉 습지에는 많은 땅귀개들이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건지봉은 산 정상부로부터 계속하여 물이 흘러내려 습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자주귀개와 땅귀개의 서식에 최적의 조건이 되고 있다.

자주땅귀개도 있음직 하련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통발과 식물들은 대개의 경우 꽃말이 없는 것 같다.

자주귀개, 땅귀개도 역시 아무런 꽃말이 없어 '못다 이룬 꿈'으로 정해 보았다.

한 생을 살려고 나왔다 귀개에게 붙잡혀 마감당한 곤충들의 삶은 못다 이룬 꿈이 아닐지...

올해도 그렇게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은 계속 이어진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고....

 

 

 

 

 

 

 

[솔체꽃]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모든 것을 잃었다.

 

 

 

 

 

 

 

[솔체꽃]

 

솔체꽃의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모든 것을 잃었다 등 슬픈 의미인 것은

솔체꽃에 얽힌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전설은 다음과 같다.

 

양을 치는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그 마을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은 수없이 죽어갔고 소년의 식구들도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소년은 식구들을 구하려고 약초를 캐기 위하여 깊은 산으로 들어갔는데 그만 지쳐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양치기 앞에는 예쁜 요정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고, 손에는 희귀한 약초가 들려 있었다.

요정이 이 약초로 소년을 구한것이다

양치기 소년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요정은 온산에 있는 약초들을 구해 소년에게 주어 마을사람들과 소년의 식구들을 구할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 양치기 소년은 약초로 목숨을 구한 마을의 다른 소녀와 결혼을 하고 말았다

이에 요정은 너무나 서러워서 슬퍼하며 울다 죽고 말았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신이 이 요정을 어여쁜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는데 그 꽃이 솔체꽃이라 한다
그래서 솔체꽃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혹은 '모든 것을 잃었다' 가 되었다.

 

 

 

 

 

 

 

[배풍등] - 참을 수 없어 

 

 

 

 

[배풍등]

 

배풍등은 여러모로 참 재미있는 꽃이다.

하얀 꽃의 모습은 영락없는 배드민턴 셔틀콕의 모양을 닮아있다.

라켓을 들고 툭 치면 퉁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갈 것만 같은 모양이다.

 

이 꽃이 지고나면 푸른 열매가 맺히는데, 점점 자주색, 검은색을 거쳐 붉은색으로 익어간다.

열매가 여러 색으로 맺혀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방울토마토가 열린 듯한 모습이다.

그 열매는 어찌나 맑은지 햇빛에 비추어보면 속의 씨앗이 다 비쳐보일 정도이다.

눈이 올때까지 빨간 열매가 그대로 열려있다고 해서 설하홍(雪下紅)이라고도 한다.

또한 북풍이 불 때까지 열매가 열려있다 해서 북풍등이라고도 한다.

 

배풍등이란 이름은 이 식물이 풍을 물리치는데 쓰이는 약초라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더 좋은 약들이 많으니 누가 배풍등을 약으로 쓰진 않겠지만,

예전에 병원과 약국이 없을 때는 얼마나 요긴한 식물이었을까...

 

 

 

 

 

 

[모시대] - 영원한 사랑

 

 

 

[모시대]

 

잔대와 모시대의 구별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잔대는 암술머리가 꽃잎의 끝보다 더 길쭉하게 삐져나와 있는데, 모시대도 그러한게 있다고 한다.

잎은 모시대는 어긋나기, 즉 지그재그로 나고, 잔대는 돌려나기로 붙는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꽃대는 모시대는 똑바로 곧추서고, 잔대는 누워서 옆으로 피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징들이 있지만, 여전히 마주치면 또 다시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지경에 처하고 만다.

잔대중에서도 층층잔대는 꽃의 생김새가 작고 가지를 여럿 치어 비교적 구분하기 쉬우며,

모시대 중에서도 도라지모시대는 가지를 치지 않아 알아보기 쉽다.

 

 

 

 

 

 

[개아마] -  힘든 사랑

 

 

 

[개아마]

 

낮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직 일러서 그런지 딱 한송이 피어있는 개아마를 보았다.

예년에는 다른 곳에서 개아마를 보았는데, 이곳 건지봉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마풀, 노랑개아마도 있으며, 아마풀 씨앗에서 얻는 채종유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듯 하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꽃봉오리는 많으나 한꺼번에 피지는 않는것 같다.

해마다 한 꽃대에 한번에 겨우 한 두송이밖에 피지 않는다.

귀화식물의 경우에 대개 꽃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들게 피어나는 모습에서 힘든 사랑이라 해보았는데 어떨지...

 

 

 

 

 

 

 

[오이풀] - 변화, 존경, 애모

 

 

 

 

 

 

[오이풀]

 

건지봉에도 오이풀이 곱게 피어있었다.

오이풀은 보통 투박한 생김새로 인하여 꽃이 안피는줄로들 알고 있으나

가을이 될 무렵 끝에서부터 꽃이 피면 어느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다만 사람들이 맨 눈으로 볼때는 꽃같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나

사진으로 담아보면 이토록 아름다운 꽃이다.

 

오이풀은 잎을 따서 비벼보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새벽에 잎 가장자리에 이슬방울을 매달고 있는 일액현상을 나타내는 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홍도까치수영] - 동심, 성실, 신뢰

 

 

[홍도까치수영]

 

이 아이들은 건지봉 올라가는 임도 거의 끝에서 만났다.

약간의 바위 절벽이 있고, 그 절벽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이다.

홍도에 피어야할 꽃들어 어찌하여 이곳에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 있던 모여피는 습성은 버리지 않는 것 같다.

대전 근방에서도 군락으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 아이들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개잠자리난초] - 석양, 철새

 

 

[개잠자리난초]

 

개잠자리난초는 이삭귀개와 땅귀개가 피어나는 바로 그 옆에서 화사한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잠자리난초는 꿀샘인 거가 길게 늘여뜨려지는데 반해 개잠자리난초는 그 길이가 짧다.

그러나 개잠자리난초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 한다.

 

꽃의 크기가 상당히 크고 하얀 색으로 예쁘장하나 너무 껑충 큰 키로 사진에 담기에는 좀 난감하다.

해오라비난초가 잠자리난초과라 하니, 자세히 보면 둘의 모양이 닮은듯도 하다.

올해 처음으로 이곳 건지봉에서 개잠자리난초를 보았으나 잠자리난초는 아직 보지 못했다.

 

 

 

 

 

 

 

구월의 하늘

 

- 연해 -

 

 

내 심연이 저정도로 깊다면

이슬에 젖은 그대 마음

다 담고도 남을 텐데

 

내 고도가 저정도로 높다면

기대어 떨리는 그대 어깨

다 안고도 남을 텐데

 

내 체온이 저정도로 푸르다면

노을빛 물든 그대 이마

다 식히고도 남을 텐데

 

내 마음이 저정도로 부드럽다면

구름처럼 설렌 그대 가슴

다 덮고도 남을 텐데

 

구월의 하늘가에도 미련은 남고

가을바람 서늘히 불어오면

보이지 않는 그대 모습

그리워 하염없이 불러 본다네

 

 

 

 

 

James Last - Yosa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