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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황매산의 가을꽃 / 멀어진 풍경

by 緣海 2011. 10. 8.

[쓴풀] - 지각(知覺)

 

 

 

 

 

 

 

 

 

 

 

 

 

 

[쓴풀]

 

같은 음식을 만드는 식당끼리 서로 원조라며 다투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식물에도 원조가 있다면 식물명 앞에 아무런 수식어가 없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쓴풀에도 자주쓴풀, 네귀쓴풀, 대성쓴풀, 큰잎쓴풀, 개쓴풀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원조는 아무 수식어가 붙지 않는 쓴풀이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 본 쓴풀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오로지 이 쓴풀 한가지만을 보고 이곳에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그런만큼 산에 도착해서부터 오로지 쓴풀만을 찾다가 처음 본 빗살서덜취도,

활짝 핀 용담도 눈앞에 보고서도 지나쳐 버렸다.

 

황매산은 봄철 철쭉으로 유명한 군립공원이다.

봄 한철 산 정상부를 뒤덮는 철쭉 뒤로 솟아있는 멋진 봉우리는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해 한번씩은 앓게되는 열병이다.

그런 황매산에 가을꽃이 이렇게 곱게 피고 있을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쓴풀, 물매화와 빗살서덜취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산이다.

 

 

 

 

 

 

 

 

 

[앉은좁쌀풀] - 항상 기억하세요. 동심

 

 

 

 

[앉은좁쌀풀]

 

좁쌀풀은 왜 좁쌀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를 정도로 전체적인 키도 크고, 꽃도 그다지 작지 않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좁쌀풀 종류에는 산좁쌀풀, 참좁쌀풀, 털좁쌀풀, 깔끔좁쌀풀, 앉은좁쌀풀, 애기좁쌀풀 등이 있다.

그중 산좁쌀풀, 참좁쌀풀, 좁쌀풀, 앉은좁쌀풀 등을 보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좁쌀풀 종류의 꽃말이 '항상 기억하세요', '동심'인 것은 어릴적 순수했던 동심을 항상 기억하라는 것인가.

좁쌀처럼 작았던 그 시절, 그러나 추억은 좁쌀처럼 작지만은 않다.

항상 기억하라고 당부하지 않아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위 글은 지난번 바람재에서 본 앉은좁쌀풀을 올렸을때 함께 올렸던 설명이다.

같은 앉은좁쌀풀이 황매산에서도 자라고 있길래 사진을 올리며 설명도 같이 올려보았다.

그때는 네귀쓴풀과 함께 어울려 피어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쓴풀과 어울려 피어있으니 쓴풀종류와는 친한가 보다.

 

 

 

 

 

 

 

 

[물매화] - 고결, 결백, 정조, 충실

 

 

 

 

 

 

 

 

[물매화]

 

물매화는 꽃사진 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으로 꼽을만큼 아름다운 꽃이다.

꽃이 매화꽃과 비슷한데, 물가에서 흔히 자란다고 해서 물매화가 되었다.

수술끝에는 이슬방울이 맺힌듯한 모습이 왕관처럼 아름다워서 인상적이다.

암술머리에는 간혹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게 있어서 혹자는 립스틱 물매화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꼭 립스틱 안발라져 있은들 어떠랴. 이곳의 물매화에서 붉은 색을 보진 못하였다.

 

가을에 물매화를 못보고 지나가면 왠지 허전한 듯, 텅 비어버린 느낌을 어찌할 수 없다.

이젠 가을도 점점 깊어지는데, 물매화와 용담 등 가을꽃이 만발하고 있다.

세월이 이리 빨리가나 하겠지만, 들판에 서서 오롯이 찬바람 맞아야 하는 들꽃의 가을은 어떠할까..

좀 더 따뜻한 햇빛을 붙잡고 싶어하는 그네들의 열망이 꽃잎마다 묻어있는듯 하다.

 

 

 

 

 

 

[자주쓴풀] - 지각(知覺)

 

 

 

 

 

 

[자주쓴풀]

 

낮은 지역에서 자주쓴풀이 피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곳은 벌써 피었다.

쓴풀 종류중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꽃잎 다섯장의 별과 같은 자주쓴풀을 이렇게 높은 곳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긴 풀속에 숨겨져 있어서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힘들게 주변 정리를 하고 엎드려 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나중에 능선쪽으로 올라가다보니 큰 개체가 눈에 띈다.

원래 자주쓴풀은 저렇게 큰 모습이었는데, 땅바닥에 한송이씩 작게 피어나는 모습이 낯설다.

 

 

 

 

 

 

[개쑥부쟁이] - 인내, 그리움, 기다림, 옛사랑, 순정

 

[개쑥부쟁이]

 

거의 해거름에 산을 내려오다 봉우리를 배경으로 담아보았다.

구절초도 바로 옆에 많이 피어있어서 담아보았지만, 사진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지는 가을꽃인 개쑥부쟁이.

예전에는 이 아이들을 들국화로 알고 불렀던 적이 있다.

들에 피는 국화종류이니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국 등을 통털어 들국화로 불러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이 아이들 말고도 빗살서덜취를 밑에서 보고도 위에 많이 있겠지 하다가 그냥 내려온게 후회된다.

용담도 그렇고, 구절초도 좀 더 정성스럽게 담아볼 걸....

이날 저녁에 대전에 행사가 있어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두르다 보니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꽃사진을 담을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먼저 눈으로 충분히 감상한 뒤에 담아야 후회하지 않는다.

 

이 기회에 들꽃사진 담는 (10가지 간추린 요령 + 1)을 잠시 생각해 보면...

 

1.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촬영에 임한다. (바쁘게 담은 사진은 반드시 쓸모 없게 된다.)

2.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카메라의 상태를 확인한다. (밧데리, 메모리 잔량, 특히 ISO, WB 등)

3. 들꽃사진은 인물사진과 똑같다. 모델 선정을 잘 해야 한다. (여러 꽃들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고 싱싱한 꽃을 고른다.)

4. 훌륭한 배우는 무대를 가린다. (배경선택에 신경을 쓴다. 배경은 뒤가 툭 트이거나 적절한 다른 부재, 보케 등이 있는 곳)

5. 찍고나서 후회하지 않도록 주변정리를 잘 한다. (나뭇잎 하나 치우고 담을걸 하고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6. 빛의 방향을 잘 살핀다. (느낌이 있는 사진은 역광사진이 대부분이다.)

7. 조금만 자세를 바꾸면 멋진 구도가 보인다.(여러 각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고 구도를 결정한다.

인물과 마찬가지로 꽃도 뒷모습에서 더 많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밑에서 바라보는 로우앵글이 유용하다.)

8. 노출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브라케팅 촬영을 하거나 노출을 달리하여 여러장 담아본다.

9. 주제를 중앙에 놓지 말고 황금분할 선상에 놓는다.(상하좌우 1/3지점, 극단적인 치우침도 때로는 약이다.)

10. 주제인 꽃만 담지 말고 적절한 부재와 함께 담는다. (들러리와 함께 있어야 인물의 아름다움이 더 살지 않던가...)

+

11. 가져올 건 들꽃의 아름다움밖에 없고, 남기고 올건 발자국밖에 없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꽃은 봐야하지 않을까...)

 

 

 

 

 

멀어진 풍경

 

- 연해 -

 

 

가을이 불고간 들판에

햇빛이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바람이 마음에 들어와

이삭을 출렁이고

아직 다 못간 곳에서 돌아보니

풍경은 저만치 멀어지네

 

달이 늦어질수록

계절의 색은 아득해지고

해가 낮아질수록

하늘의 색은 따뜻해진다

멀어진 풍경에 눈 아스라이

손얹고 뒤돌아 보던 날

 

아직 네곁에 서성이는

마음속 풍경인데

아직 너를 따라 돌아가는

떠날 수 없는 시선인데

계절의 초침은 고장도 없고

세월의 걸음은 발병도 없네

 

 

 


 


Alena Sviridova / Vertin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