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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입술망초 / 만가(저녁의 노래)

by 緣海 2011. 8. 17.

[입술망초] - 뜨거운 유혹

 

 

 

 

 

 

 

 

 

 

 

 

 

 

 

 

 

 

 

 

 

 

 

 

 

 

 

[입술망초]

 

꽃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꽃, 입술망초를 보러 멀리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군데 그곳에서만 자란다는 입술망초,

그 붉고 뜨거운 유혹에 어찌 매혹당하지 않을손가...

 

처음 본 입술망초는 사진에서 익히 보아온 모양대로 길고 늘어진, 만화스러운 입술모양을 닮아있었다.

그러나 꽃은 사실 작은 쥐꼬리망초와 매우 닮아 있었다.

쥐꼬리망초가 작고 달라붙은 입술이라면, 입술망초는 길고 늘어져있는 입술이었다.

한여름 더위에 한참 땀을 빼고서야 비로소 친견할 수 있었던 입술망초,

 

입술망초의 꽃말은 '뜨거운 유혹'이 되어야 마땅하리라 생각해본다.

그 뜨거운 유혹에 매혹당해 있던 한나절,

이제 그 꿈에서 깨어나고 보니, 일생이 일장춘몽, 한바탕 꿈이었다.

 

 

 

 

 

 

 

만가(晩歌-저녁의 노래)

 

- 연해 -

 

 

1

 

시간을 잃고 꽃들 사이에 앉아있다

황망히 일어서는 저녁

옷섶에 스며든 풀냄새가

어스름 저녁노을로 번질 즈음

 

점점 더 탁해지는 하늘

지친 바람도 쉬어가는 나뭇가지에

실루엣으로 앉은 한마리 휴식

그 휴식의 날개가 파르르 접힐 즈음

 

하루는 내 안에서 저물었다

오늘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너는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너에게 무슨 의미였던가

 

더 어두워야 별을 보여주는 하늘

결국 갈데까지 다 가보아야

어둠와 밝음은 구별될 것인가

이제 별들은 하늘을 하얗게 뒤덮는데

 

 

2

 

해마다 바다에

파도치지 않는 해 없었듯

날마다 마음에

바람 불지 않는 날 없었다

 

파도치는 숲에서 그대에게 묻는다

왜 하필 그대여야만 하는지

나무를 흔드는 바람앞에 마음에게 묻는다

수많은 사람중에 그대 아니면 안되는지

 

세월이 파도처럼 겹겹이 몰려와도

한겹의 인연 안에 그대와 나 있기에

지금 이곳이 천국이라면

여기에 우리 영원히 머물리라

 

누가 천국을 보았는가

우리 어울려 사는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면

어딜 가든 그곳은 지옥일 것이기에

 

 

 

 

 

 

 

I Who Have Nothing /

Rene Froger 가진 것 없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