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대둔산의 여름꽃들 / 높은 산에 오르던 날

by 緣海 2011. 8. 7.

[참나리] - 순결, 깨끗한 마음

 

 

 

[참나리]

 

수많은 나리꽃중 대표격인 참나리,
어릴적에는 집 주변에 수없이 피어나는 참나리를 보며 여름 한철을 보냈었다.

잎겨드랑이에 씨앗처럼 매달린 주아를 떼어내 살림살이처럼 소꿉놀이도 했고,

지금도 생각하면 우물 옆에 내 키보다 높이 자란 참나리에 모여들던 호랑나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느해 우연히 대둔산 등산을 하다가 거기에 참나리가 피어나는 걸 알았다.

오늘 아는 분을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다 만났는데, 그분도 자기만 그걸 아는줄로 알았다고 한다.

오늘 기대를 하며 산에 올랐으나 아직 개화하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하겠다.

그래도 꽃봉오리만으로도 이렇게 예쁜 것은 비가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산을 넘는 배경탓일 것이다.

활짝 개화하여 다시 찾아오는 날에도 오늘같은 날씨였으면 좋으련만.....

 

 

 

 

 

[큰뱀무] - 만족한 사랑

 

 

 

[큰뱀무]

 

뱀이 잘 다니는 곳에서 피어나고, 잎이 무우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큰뱀무이다.

뱀무와 큰뱀무의 차이점은 많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잎에서 볼 수 있다.

뱀무의 잎은 둥글고 결각이 지지 않으나, 큰뱀무의 그것은 길고 날카로운 결각이 있다.

 

밑에서는 이미 다 져버리고 열매만 잔뜩 붙어있는 큰뱀무지만,

이곳은 그래도 높은 곳이라고 아직도 꽃이 피고 있다.

 

 

 

 

 

 

[닭의장풀] - 소야곡, 순간의 즐거움

 

 

 

[닭의장풀]

 

닭의장풀은 예로부터 달개비, 닭개비, 닭의밑씻개 등으로 불리었다.

어릴적에는 달개비로 불러 최근까지도 달개비로 알고 있었을 정도이다.

닭장 옆에서 잘 자란다고 이름붙여진 닭의장풀은 속절없는 꽃이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면서 아침에 피어나서

그 뜨거운 햇빛을 이기지 못하고 오후가 되면 녹아내리는 듯 시들어버리는 꽃이다.

그러나 닭똥은 독해서 바로 닿으면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닭의장풀은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줄기를 잘라내면 잘라낸 마디에서 새 뿌리를 내려 다시 자란다.

 

닭의장풀의 꽃말은 소야곡, 혹은 짧았던 즐거움이라고 한다.

하룻밤의 사랑이 너무 짧았던 탓일까.

애인의 창밖에서 밤새 부르는 음악이라는 소야곡처럼 애닯은 사랑의 꽃,

그 짧은 사랑의 몸짓이 여름날처럼 덧없다.

 

 

 

 

 

 

[좀깨잎나무] - 사랑의 흔적

 

 

 

[좀깨잎나무]

 

좀깨잎나무는 거북꼬리, 풀거북꼬리 등과 매우 닮은 꽃이다.

또한 개모시풀, 왕모시풀과도 비슷하여 자주 혼동을 일으키는 꽃이다.

좀깨잎나무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반관목이다.

초본에 속하는 목본이라 하니 그 소속에 대해서도 자주 헛갈린다.

 

여하튼 올해도 개척탑 밑에 좀깨잎나무가 곱게 꽃을 피웠다.

여기까지 올라가면서 오늘처럼 무지무지하게 뜨겁던 날, 많은 땀을 흘렸다.

대둔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는 시원스럽게 큰 케블카로 새로 바뀌었다.

전에는 10여명 남짓밖에 탈 수 없는 소형이었으나,

오늘 보니 정원이 50명인 버스같은 케이블카로 바뀐 것이다.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도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었다.

 

 

 

 

 

 

 

 

[원추리] - 지성

 

 

 

 

 

[원추리]

 

대둔산에도 덕유평전만큼은 아니지만, 절벽 여기저기에 원추리의 물결이 노란 무늬를 이루었다.

닿을 수 없는 절벽에 둥지를 튼 원추리의 그 아름다운 색감에 어찌 도달할 수 있을까...

비가 그치고 산을 넘는 구름 저편으로 다시 그 푸르름을 되찾은 하늘도 원추리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는듯,

그 치명적인 사랑이 부러운 사람들이여 여름 대둔산으로 오라....

 

 

 

 

 

 

[산꿩의다리] - 순간의 행복

 

 

 

 

 

[산꿩의다리]

 

꿩의다리 꽃말이 순간의 행복이라 한다.

꿩의다리류 꽃들은 대개 꽃모양이 밤하늘에 퍼지는 폭죽의 모습을 닮았는데

그 폭죽처럼 순간에 환한 절정의 밝은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모습에서

꽃말 순간의 행복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꿩의다리처럼 가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꿩의다리이다.

꿩의다리류에도 수많은 종류들이 피고 지지만, 산꿩의다리는 이즈음 산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꽃이다.

 

 

 

 

 

 

 

높은 산에 오르던 날

 

- 연해 -

 

 

높은 산에 오르던 날

가슴에 꽃잎 하나를 꽂았다

무거운 마음은 내려놓고

꽃잎 하나만 가지고 갔다

 

구름도 무거운 빗방울

쉬임없이 쏟아놓고

가벼워진 빈 가슴만

하늘로 데리고 올라갔다

 

높은 산에 오르던 날

허공이 비워지니

눈앞에 풍경이 가득하고

그대를 비운 내 마음에

그제야 그대 마음 들어왔다

 

하산 하는 길

가슴 가득 그대 마음

넣어와도 힘들지 않고

마음속에 높은 산 하나

넣어와도 무겁지 않았다

 

 

 


Verdiana (Violin & Cello) (2곡) / Michael Hoppé



1. Verdiana (Violin Ver.)

2. Verdiana (Cello Ver.)




Verdiana (Violin & 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