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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물레나물, 바위채송화, 좀고추나물, 땅나리 / 별과 사막

by 緣海 2011. 7. 25.

[물레나물] - 추억

 

 

 

 

 

[물레나물]

 

물레나물처럼 쉬운 꽃이름은 또 없다.

누구라도 꽃을 한번 보기만 하면 왜 물레나물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꽃잎이 실을 잣는 물레를 연상시켰으리라.

 

또한 이 아이들은 결코 군락으로 자라지 않는다.

여기 저기 흩어져 한두 포기만 자라서 꽃피울 뿐이다.

큰 꽃과 화려한 노랑색이 친숙한 이 물레나물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자라는 곳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물레나물 한송이가 옥계폭포 밑에서 꽃을 피웠다.

득음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고개를 뽑고 폭포소리속으로 목청을 돋우고 있는 중이다.

또 한송이는 아침 양각산 야탐길에서 보았다.

이미 여러 송이의 형님들이 피고 진 뒤, 막내동이로 피고 있다.

그 뒤로 또 한송이 이제 갓 태어난 아가처럼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위채송화] - 가련함, 순진함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는 지난번에 한번 올린 적 있지만, 다른 군락 발견하여 다시 올린다.

그만큼 전국 각처의 높은 산 바위에 비교적 흔히 자생하는 꽃이다.

채송화와 비슷한 잎을 가지고 있고, 꽃은 돌나물이나 기린초, 말똥비름 등과 닮아있다.

꽃말이 가련함, 순진함 인 것은 바위틈에서 간신히 피어나는 모습에서 연유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위채송화는 가련하고 순진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바위틈 한 줌 흙에 의지하여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해마다 예쁜 꽃을 피워내니까.

 

 

 

 

 

 

 

 [좀고추나물] - 친절, 쾌유

 

 

  

 

 

 

 

 

[좀고추나물]

 

고추나물은 모두 물레나물과이다. 자세히 보면 꽃이 물레나물과 닮아있다.

고추나물에는 고추나물과 좀고추나물, 그리고 애기고추나물이 있다.

이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우선 고추나물은 크기가 월등하게 크니까 단숨에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눈에 보일락 말락 할 만큼 작은 좀고추나물과 애기고추나물은 어떻게 구별을 할까.

그 비결은 수술의 갯수에 달려 있다.

 

좀고추나물은 수술이 10개 정도로 비교적 성기게 달린 편이지만,

애기고추나물은 수술이 10~20개 정도로 빽빽히 나있다.

 

 

 

 

 

 

[땅나리] - 진실

 

 

 

 

 

 

 

[땅나리]

 

아무런 장식 없이 깔끔한 땅나리를 만나고 왔다.

예년에 피던 곳이지만, 올해는 개화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무작정 가보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한송이도 핀 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후일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풀숲 속에서 환삼덩굴에 단단히 붙잡힌 달랑 한송이의 땅나리가 보인다.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속을 헤치고 조심 조심 환삼덩굴을 모두 제거하고 나니

흐려진 하늘 배경으로 꼿꼿이 선 땅나리가 훤칠하다.

 

나리에는 참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땅나리, 솔나리 등이 있으며,

꽃이 피는 모양이나, 잎 모양 등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땅나리는 땅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피어난다고 해서 땅나리라 한다.

 

 

 

 

 

 

별과 사막

 

- 연해 -

 

 

밤의 사막은

별을 품고 있어 아름답다

 

낮동안 흔들린 마음이

밤이 되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동안

남국의 그늘없는 사구마다

별빛은 아스라이 높고

 

닿을 수 없는 그 높음에

누군가는 소리치다 돌아가고

누군가는 속삭이다

흐느끼듯 얼굴을 가리는 밤

 

너는 저 머언 남국의

사막위에 뜨는 별

 

밤새워 올려 보다

지쳐 창백해진 깊은 그늘

하얀 하늘이 내려다 보는 사막은

별을 품고 있어 쓸쓸하다

 

 

 

Adle E Aleina(모든사람은 혼자라네) / Silje Vi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