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여름의 들꽃 / 사랑을 위해서라면

by 緣海 2011. 7. 8.

[가는장구채] - 동자의 웃음

 

 

 

 

 

[가는장구채]

 

장구채는 다 알다시피 장구를 연주하는 기구이다.

제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연주도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장인의 바이올린이라도 활이 없으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 것이다.

장구도 장구채가 있어야만 흥겨운 가락의 연주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꽃모양이 그 장구채를 닮아서 장구채라는 꽃이름이 붙었는데,

그 장구채에도 여러 다른 종류의 종들이 있다.

그중에서 잎도 가늘고 꽃잎도 얇삽해서 가는장구채란 이름이 붙었나 보다.

비교적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애정을 가진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은 꽃이다.

하얀 꽃잎이 어두운 숲속에서 피어나면 꼭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 같다.

 

 

 

 

 

 

[하늘말나리] -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

 

 

 

 

 

[하늘말나리]

 

나리의 꽃분류체계도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우선 나리와 백합과의 경계도 상당히 모호해져서, 백합인지 나리인지 모를 꽃들도 많아졌다.

그중 참나리와 말나리는 어릴적부터 주변에서 흔히 보아와서 낯설지 않다.

참나리와 말나리를 제외한 다른 나리들의 분류는 꽃이 어디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땅을 보고 피면 땅나리, 앞을 보고 피면 중나리, 하늘을 보고 피면 하늘나리, 이런 식이다.

그중 털중나리는 비교적 흔한 편이나, 하늘나리와 땅나리는 대면하기가 그닥 쉽지 않다.

하늘나리는 잎이 참나리처럼 줄기에 순차적으로 달렸는데,

하늘말나리는 줄기의 한군데에서 빙 돌려서 치마처럼 나있다.

 

 

 

 

 

[나도잠자리난] - 숲속의 명상

 

 

 

 

 

[나도잠자리난]

 

해마다 그자리에 변함없이 피어나는 야생란,

나도 잠자리난을 만나고 왔다.

때마침 자욱한 안개속에 거미도 거미줄도 구슬방울을 매달고

이른아침 고요한 숲속에서 침잠하고 있었다.

깊은 고요속에서 명상하듯 줄을 지어 늘어서있는 모습들,

그 경건함에 구도자의 심정으로 머리 조아려 모습들 그려본다.

 

 

 

 

 

 

[바위채송화] - 가련함, 순진

 

 

 

 

 

 

 

[바위채송화]

 

높은 산 바위위에는 여러 재미있는 식물들이 자란다.

그중 바위3형제라 불리는 바위떡풀, 참바위취, 바위채송화가 대표적인 아이들이다.

그 좁은 바위틈에 용케도 뿌리를 내리고, 한줌도 못되는 흙에 의지하여 해마다 삶을 이어간다.

겨울이면 모진 눈보라에 바위가 두터운 얼음속에 파묻혀도 몇줄 안되는 뿌리가 얼지않고

다음해 봄에 또 다시 살아나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는 것이다.

꽃은 돌나물, 기린초 등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아 있는 노란색의 작은 꽃잎이며,

잎은 채송화 잎처럼 두툼한 육질의 좁고 긴 모양으로 바위채송화란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다.

 

 

 

 

 

[좁은잎해란초] - 달성

 

 

 

 

 

 

[좁은잎해란초]

 

해란초는 우리나라의 바닷가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꽃이다.

그러나 좁은잎해란초는 북한지방에서 자란다 하는데, 어인 연유로 이곳까지 날아와 꽃피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긴 목을 빼고 꽃피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바다를 그리워하는 듯 하다.

아기의 꽃신을 닮은 좁은잎해란초, 그 좁은 잎에 바다내음이 묻어있다.

바다의 파도를 속에 감추고 있는 꽃, 그 꽃이 막 바다를 꽃피웠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 연해 -

 

 

사랑을 위해서라면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눈

그 눈동자속 빛나는 별보다

더 깊은 마음 전해줄 이야기는 없기에

 

사랑을 위해서라면

아무 노래도 부르고 싶지 않다

서로 마주보는 얼굴위로

머리칼 흩날리는 바람보다

더 설레이는 마음 불러줄 노래는 없기에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로

한편의 시를 쓸 수 있고

새벽이슬에 벙글어진 꽃잎으로

밤새운 사연을 다 말할 수 있다 해도

백마디 말보다 천곡의 노래보다

잡은 손으로 전해질 때 더 큰 일렁임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랑한다는 말조차 아끼고 싶다

자주 써 무뎌지는 날처럼

사랑의 말로 사랑이 빛을 잃지 않도록

 

 

 

 

 

 

꽃신속의 바다 / 김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