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호수의 그림두편]
< 빠삐용 - Free as the Wind >
[호수의 그림 두편]
花休期에 들다
-- 연해 --
토라진 애인처럼
하얗게 눈흘기며 성에가 내리면
그래 꽃들도 쉬어야지
첫서리에 단맛 드는 홍시처럼
안으로 익어 내년에는
더 예쁜 꽃 피워야지
돌아선 친구처럼
매웁게 멀어지는 찬바람 불면
그래 꽃들도 쉬어야지
첫눈맞고 말라가는 황태처럼
안으로 맛이 들어 내년에는
더 고운 꽃 피워야지
우리에겐 화휴기가 필요하지
더 예쁜 사랑과
더 믿음직한 우정과
달콤한 수면같은
꽃의 잠을 위해 입을 닫고
묵묵히 침묵에 들어야지
[조정지댐]
[조정지댐]
호수의 그림 두편
-- 연해 --
목마른 영혼들이 찾아와
한나절 스스로와 만나는 곳
지나가던 바람이 물결을 만들면
가라앉은 수면 밑에도 파문이 일고
거기 동심원으로 무늬지는
까마득히 묻혀 있던 바닥
어제 그제 잊고 있던
내 안의 내가 물안개 헤치고
자맥질하여 어둠까지 내려가면
비로소 만나지는 또 다른 나
그곳에도 흐름이 있고
그곳의 나도 물결에 흔들리네
산다는게 본래 쓸쓸한 것이야
쓸쓸한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소스라치게 아름다운 것이야
지나가던 물고기 힐끗 들여다 보고
물이끼 핥고간 우렁이 길을 내면
두 손에 쥐고 수면에 올라와
참았던 숨 몰아쉬며 펴보는 나의 모습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그곳
호수의 그림 두편에서
[송호리]
[송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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