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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Memory

쥐꼬리망초, 미국까마중 / 꽃과 나무

by 緣海 2010. 8. 16.

[쥐꼬리망초]

 

 

 

 

 

 

[쥐꼬리망초]

 

 

 

 

 

꽃과 나무

-   緣海   -

부드러운 힘으로 자신의 껍질을 뚫고
가지 끝마다 벙글어진 꽃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무는 사유한다

자신의 몸에서 피워냈지만
꽃은 한번도 나무를 바라본 적 없다
힘찬 벌들의 비행이나 부드러운 나비의 날개짓
혹은 다른 꽃들의 유혹에 현혹되어
짧은 봄날의 한나절 동안
거칠고 칙칙하고 주름투성이
줄기마다 뻗어난 가지들은 꽃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그러한 꽃의 뒷모습조차 아름답다고
나무는 정성을 다해 꽃을 부양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것은 타고난 짧은 수명을 다하고
낙화해버린 꽃들이 남긴 열매뿐
열매는 나무가 온전히 떠맡아야 할
또 하나의 가슴앓이
기나긴 여름 그리고 가을을 보낼 동안
그리움은 자라고 여물고 딱지가 앉아
꽃에 이어 또다시 나무를 떠나는 순간
나무는 어쩔수 없는 낙과의 설움에 목메인다

겨울 나무는 그렇게 슬픔을 떠안고
해탈한 성자의 모습으로 들판에 서있는 것이다
맨몸을 때리는 눈보라나 찬바람쯤은
마음으로 스며드는 아픔과 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묵묵히 겨울 들판을 지키며
꽃의 그리움을 참아낸다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미국까마중]

 

 

 

[미국까마중]

 

연일 비가 내립니다.

장맛비처럼 종일 내립니다.

모처럼 아침에 해가 있던 오늘

꽃을 찾아 집을 나섭니다.

쥐꼬리망초와 까마중을 보았는데

하늘은 또 다시 비를 뿌립니다.

 

어느 공동묘지에서 백령풀을 봅니다.

묘지 사이로 빗줄기가 꽂히고

머리털이 쭈뼛거립니다.

더 버티지 못하고 일어섭니다.

 

꽃이 그리워지는 8월입니다.

어서 비가 그치고

꽃들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 Brian Crain - Song for s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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