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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Memory

갑천 꽃등불

by 緣海 2010. 1. 25.

 

 

 

 

 

 

 

 

 

 

 

 

 

 

갑천 꽃등불 / 緣海

 

 

지나가던 안개

새벽을 덮으며 밀려오고

지나가던 빗줄기

청동거울 수면을 깨뜨려 놓으면

후두둑 바람따라

잔물결 휘돌아 나가고

햇살 한 모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풀잎들

 

흐르다 말고

괜한 관심 기울여 보는

물살도 들어와 표정 짓고

가던 발걸음

한가로이 멈추고 주저 앉아

송사리 몇마리 뻐끔거리면

불안한 평화

수다의 잔치

 

눈오는 날 비오는 날

안개낀 날 바람 부는 날

사람들 떠나간 이곳에

뿌리가 있어 떠나지 못하고

흐린 물 흙탕물

검은 물 오염된 물

송사리마저 떠났어도

씨앗 품고 있어 떠나지 못하는

그들은 원주민

 

고여서 탁한 물과

솟아오르는 거품과

떠오른 이끼사이로

24엽 꽃등불이 불을 밝혔다

진흙에 피어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인양

갑천에 피어서

갑천을 밝혀주는 꽃등불로

맑은 날들이 있다

번민에서 해탈이 있다

 

 

 

 

 

 

 

겨울눈 아무리 쌓여도

내마음 덮지 못하고

겨울바람 아무리 불어도

내발길 돌리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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