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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2008년 5월 8일을 보내며...

by 緣海 2008. 5. 9.

지금 이 글을 막 쓰기 시작하는 시간이 5월 8일이 5분 남은 시간이네요.

이 글을 마칠 때 쯤이면 5월 9일이 되어 있겠지요.

오늘은 그냥 뭔가를 한없이 써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어머니날이었지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어버이날로 바뀌었대요. 참 잘된 일이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홀로 계신 어머니한테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저 오늘 근무때문에 못내려가요. 어버이날인데 죄송해요."

"야야, 그런 걱정 하지 말고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해라. 나야 이 전화로도 고맙고 행복한데 뭘...."

 

어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십니다.

X레이를 찍어보면 척추에 박아넣은 쇠사슬들이 선명하게 찍혀나와 가슴을 아프게 하지요.

'다음에 같이 내려가 뵐게요' 라는 판에 박은 말로 제 의무를 부실하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사실 오늘 직장에서는 체육대회가 있었답니다.

체육대회래야 근무시간에는 못하게 하는 관계로, 퇴근시간 1시간 전부터 팔봉산을 오르는게 전부였지요.

이번에 직원의 약 25%, 1/4 정도가 바뀌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상견례자리가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병꽃나무가 여기 저기 꽃을 피우고 있는 바위산, 팔봉산을 간략하게 다녀와서

낙지로 유명한 가로림만 중왕리의 박속낙지탕집에서 저녁 겸 회식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평소 구경만 하던 중왕리 낙지를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지요.

오늘은 대전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이 많이 이곳에 온 관계로 오랜만에 옛 이야기로 꽃을 피웠답니다.

그리고는 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빨래 대충 하고 나서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군대간 큰 아이가 역시 집에 못온다고 동생들한테 15만원을 주어서 선물을 사도록 했다는 얘기,

막내는 카네이션 꽃다발, 둘째는 베스킨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왔다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벌써 아이들이 커서 부모 생각을 저리 하게 되었나 생각하니 한편 대견하기도 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도 많이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비감이 또한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착하게 잘 크는 것이 다행으로 생각되기도 하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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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한 얘기들을 읽어 보시면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여서 별로 느낌도 없으실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들이 아주 아주 평범한 우리나라 어느 직장인의 삶 중에 어느날의 일기입니다.

시간 나면 열심히 사진찍고, 글 쓰고,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는 저의 삶인 것입니다.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 향기 온 산에 흩날리는 난초는 누가 알아주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난초 안에는 충만한 한 세계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깊은 산중에 장좌수도하는 고승은 누가 보라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독경과 목탁소리에는 또한 충만한 한 세계가 살아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해는 내일 다시 떠오를 것을 약속하며 서해바다를 넘어갔습니다.

 

모두에게 평안하고 깊은 휴식이 깃드시기를 기원하며 물러갑니다.

다 쓰고 보니 12시 20분이네요......(시간 너무 많이 걸렸다...^^*)

 

 

 

 

(사진은 중왕리 가서 다들 낙지탕 먹는데 홀로 선착장을 거닐며 찍은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