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나도 이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by 緣海 2008. 4. 21.

 

( 사무실에서 뒷쪽으로 내려다 보면 가끔씩 저 분들을 볼 수 있다.)

 

다 낡은 집을 이리 저리 꾸미고, 손바닥만한 남새밭에는 몇그루 화초와 푸성귀를 기른다.

차양의 중간중간, 일광까지 고려한 투명 슬레이트에 가을에는 은행잎이 곱게 쌓인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두분이 저렇게 뜰에 나와서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두분은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그리 넉넉치는 못하나 언제 어디서나 생의 동반자가 곁에 있고,

비록 자식들 오는 모습이 자주 보이지는 않으나, 그리 노여워 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운동삼아 집안일을 하고 뜰을 가꾸니 일석이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     *     *     *     *     *     *     *     *     *     *     *     *     *

 

김광석이 그의 콘서트에서 나이 60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할리데이비슨을..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좀 더 멋진 노후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게 사람이라면 인지상정이겠지.

하지만 '서른 즈음'에 가버린 그처럼 너무 욕심이 앞서면 오히려 화를 자초하지나 않을까...

 

난 여태까지 잘 못 알고 있던게 있었다.

40을 불혹, 50을 지천명, 60을 이순이라 할 때, 그것은 그 나이때의 특징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그 나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을 이른 말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가장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나이가 40대이고,

가장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욕심을 부리기 쉬운 나이가 50대이고,

혼자만의 고집으로 주변 말을 안 듣고 자신의 말만을 앞세우기 쉬운 나이가 60대인 것 같다.

그래서 현명하신 선조들께서는 위와같은 말들로 경계를 세우셨으리라.

 

*     *     *     *     *     *     *     *     *     *     *     *     *     *     *

 

살 집이 있고 벗이 있고 움직일 공간이 있는 저 정도면 가장 잘 늙은 것이 아닐까.

그보다 더 초월한다면야 하늘을 지붕삼고 대지를 침대삼고 세상의 길을 다 나의 길로 삼는 것이겠지만...

 

이 세상, 모든 행복의 길은 바로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 길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고 무리한 욕심 부리지 않는 노년이 나에게 있게 하고 싶다.

그리스의 어부의 교훈처럼 이미 모든 행복의 조건은 다 내게 있는 것들이다.

무지개의 교훈처럼 아무리 밖으로 헤매어 보아야 찾는 건 이미 다 집에 있는 것이다.

 

*     *     *     *     *     *     *     *     *     *     *     *     *     *     *

 

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목경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 건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詩 밖에서 > 들꽃과 散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5월 8일을 보내며...  (0) 2008.05.09
그가 송별회장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  (0) 2008.04.26
둘째아이 생일 이벤트  (0) 2008.02.19
TV를 바꾸다.  (0) 2008.02.12
식구 소개...^^  (0)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