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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낭만에 관하여 - 내포일기, 4月

by 緣海 2007. 4. 12.

한 점의 낭만도 없이 인생을 산다는게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팍팍한 노릇이던가.

낭만이라곤 찾아볼래야 한 줄기도 찾아볼 수 없는 회삿일을 하면서도

일 자체가 아닌, 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닥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애써 거기에 동료애라던가 하다못해 상경하애의 의미라도 붙여보는 것은

환한 태양이 떠있을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바쳐야 하는 사람들의 그 어떤

애환과 울울함을 낭만의 힘에 기대보려는 막막한 심정 탓일 것이다.

 

이래도 인생이 낭만일 것인가.

요즈음 나는 내 책임하에 있는 식구들의 거처가 다섯군데로 늘었다.

대전에 본가가 있으며, 여기 서산에는 내가 사택에 머물고 있고,

충주에는 입대후 이제 막 관사를 쓰기 시작한 큰 아들이 살림살이들을 집에서 쓸어갔다.

익산에는 어머니께서 또 한 살림을 차리고 계시며, 둘째아이 여자친구가

혼자 사는 집까지 신경써야 할 판이니 주렁주렁 작은 가지에 잔뜩 매달린

감 열매 나무처럼 가지가 부러질 판이다.

 

그러나 그래, 그것도 낭만이 아니던가.

우리나라의 중서부 일대에 삶의 흔적들을 찍고 있는 내 생의 낭만이 아니던가.

그 삶의 의무라던가 기능만을 생각하지 말고, 한 여름 그늘 넓게 드리운 느티나무처럼

더러는 매미소리 시원스럽게 서늘한 그늘 만들어주는 보람만을 생각하자.

따가운 햇빛 먼저 받고 차가운 흰 눈 먼저 뒤집어 쓰나 그것이 거목의 요건이 아닐까.

여기 그 쉼자리의 한 자락을 공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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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어딘가. 바로 내가 사는 사택의 주방의 모습이다.

나이들어 타의에 의하여 총각이 된 동갑내기 세명이 살아가는 곳이다.

각자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살고 있지만, 주방은 주로 내가 활동하는 공간이다.

처음 입주했을땐 무척 지저분한 모습이었으나 전임자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말끔이 치우고 나니

저렇듯 깨끗한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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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세명이서 공동으로 거주하는 공간인 거실의 모습이다.

이때만 해도 거실에 TV를 놓았으나, 지금은 각자의 방에 TV 한대씩을 놓아두고 나서

거실에 같이 있을 일이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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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료중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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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방의 모습이다. 24인치 TV 겸 모니터가 책상위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소형 냉장고,

책 몇권과 DVD, 옷장과 침대 일부가 보인다.

의자는 고장난 채 버려져 있던 것을 나사를 조이고 손본 뒤에 깨끗이 닦아 내고 방석을 깔고

등받이로는 베개 카바를 사서 씌워 놓았더니 그런대로 쓸만한 의자가 되었다.

저 액자는 작년 시화전때 전시장에 걸렸던 액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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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꿈나라로 가는 곳, 침대이다. 카메라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상으로 내가 사는 공간을 모조리 공개하였다. 조금은 삭막하고 재미 없는 곳이지만,

나름대로 낭만을 찾으려고 애쓰는 곳이기도 하다.

 

벚꽃이 곳곳에서 팝콘처럼 튀어 나오고 있다.

봄꽃 바람이 전국을 휩쓸고 있지만,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고 옷고름 씹어가며 '봄날은 간다'를

곱씹는 봄이 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낭만을 생각하며, 2007년의 어느 날을 보내는 소회이다.

 

찰리 랜즈보로 / 감미로운 칸트리 뮤직

Love you every second



<  Love You Every Second - Charlie Landsborough(찰리 랜스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