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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내포 가는 길.... 3月, 수요일

by 緣海 2007. 3. 11.

내포 가는 길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다.

새벽 6시, 내닫는 애마의 콧김소리도 가르는 바람소리도 무거운 것은 일찍 서둔 자의 눈꺼풀 탓만은

아니다. 22년여만에 처음 외지로 전보 발령받아 낯익은 것들과 이별을 해야만 하는 심란한 마음

탓이리라. 그간 길어봐야 해외 여행인 나들이길에서 일주일이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붙박이 삶과는

전혀 다른 2년간의 타의에 의한 외출, 지방 근무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포 가는 길은 굽이 굽이 고갯길이다.

언덕 하나 넘어 공주에 가고, 언덕 또 하나 넘어 유구에 가고, 그렇게 차동고개를 넘다보면 예산에

다다른다. 삽교를 건너 가야산 자락을 넘으면 해미, 그리고 풍차를 향하는 돈키호테처럼 저 멀리

보이는 서산을 향하여 페달을 밟는다. 2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대전-당진간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오겠지만, 지금은 공사중 먼지에 130km, 두시간 반동안의 운전 끝에 다다를 수 있는 머나먼

길이다. 그간의 내포생활 또한 굽이 굽이 고갯길이 될 터이겠지만, 길이야 결국은 마을에 닿는 법,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외출은 반듯하지 않고 돌고 돌기에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내포 가는 길은 아름다운 길이다.

전날 내린 비가 눈이 된 후에 쌓인 산과 들은 찬란히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콘트라스트 높은

풍경을 연출한다. 굴곡진 논과 밭에 쌓인 눈의 색깔이 태양의 높이에 따라 천변만화하며 자꾸만

브레이크를 밟고 싶은 유혹을 던진다. 차동고개 정상에서 내려 오면서 저 멀리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예당평야를 바라보라. 그 어찌 가슴 툭 트이지 않을 수 있을까.

삽교 읍내를 지나며 건너게 되는 삽다리에서 갈대와 푸른 물이 어우러진 삽교천 저 너머에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용봉산을 바라보라. 조영남의 내 고향 삽다리를 �조리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길 없다. 가야산 덕산터널과 해미터널을 지나면서 계곡 사이로 펼쳐진 서구적인

느낌으로 점점이 펼쳐진 전원주택과 산그늘과의 어우러짐을 보라. 그동안 답답했던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훌쩍 떠날 수 있게 됨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내포 가는 길은 결단의 길이다.

이동이 결정된 후 수많은 갈등과 번민이 있었다.

2십년 넘게 한 자리에서 생활하는 동안 벌려놓은 수많은 일들, 모임들, 만남들, 인연들....

그래서 지금까지도 다 정리하지 못하고 반은 서산에서, 반은 대전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살아갈

요량이었다. 지난 며칠동안 서산과 대전을 오가며 이러한 생활의 가능 여부를 나름대로 가늠해

보았더랬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허리 요통에 등허리 통증,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도저히 그리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결단했다. 과감히 서산 사람이 되기로....

회사에서 내준 관사를 정리하고 청소하여 들어가 살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내포의 모든 모습들을 샅샅이 앵글에 담기로 작정하였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있으랴.

 

내포 가는 길은 오리무중의 길이다.

내포(內浦)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말로 ‘안-개’란 뜻이라 한다.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와 내륙 깊은 곳까지 바닷배가 항해 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비록 지금은 여러 방조제가 가로막아 바닷물이 드나들 수 없는 내수면이 되고 말았지만,

천수만 끝자락의 부남호와 간월호, 그리고 그 끝자락에 위치한 서산, 태안, 홍성 등지를

내포라고 불렀다 한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내포를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정의하였고,

조선왕조실록에서는 홍주목에서 관할하던 지역이라 칭하였다.

이제 안개 자욱한 이곳 내포에 내가 왔다.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던 이 지역, 비록 지금은

서해안 개발로 인하여 난개발과 도시집중, 그로 인한 물가 상승과 환경파괴의 우려 등,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가장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내포 가는 길은 쉬운 길은 아니다.

오늘 토감도예원에 다녀오는 동안 멀쩡했던 날씨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저녁에는 한파가 닥치는 이변에 가까운 기상상태를 지난 번에 이어 또 다시 보여주고 있다.

내일은 한겨울에 가까운 꽃샘추위가 다가 온다지만, 이미 개화한 꽃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봄을 생각하면 이까짓 춘한의 시련쯤이야.....

 

 


 


 


Rain / Goombay Dance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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