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la Fallon - My Forever Friend >
[ 먹물버섯 ]
- 연해 / 황호신 -
당신 위해 무언가 할 때
그 때 말고는 아무 것도 신나질 않아
하늘에 별도
달도 따 준다 하던
그 시절처럼 철 없고 싶지만
마음까지 땅으로 내려온 지금
이젠 손을 뻗어 별을 만진다 해도
그 때 만큼 설레진 않을 것 같아
운명에 못질하듯 벽에 못 박고
물 많이 베어 무뎌진 칼 숫돌에 갈아줄 때
그런 사소한 일에 몰두할 때
나를 보는 두 눈이 빛나고
더 환해지는 얼굴을 보며
괜히 어깨에 힘 좀 주어 보네
이렇게 늙혀가는 세월이
어쩐지 수상쩍게 빠르다 싶을 때
문득 뒤란에 하룻밤 새 솟은 먹물버섯
자신을 검은 물에 담그며 허물어지는
그 모습 보고 심쿵해져
쿵 하고 가슴에 전해지는 파문
포자 날려 할 일 다 해 놓고
먹물 토해 적어 놓을 사연이 아직 남았을까
우리도 아이들 키우느라
말 못했던 이야기들
이제라도 먹물 찍어 한 자 한 자
서로에게 편지 전해 볼까
나 밥주기 위해 산다는
당신에게…
2024. 10. 18. 먹물버섯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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