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adowland (20th Anniversary Edition) - Amethystium >
[ 다시 핀 꽃처럼 ]
- 연해 / 황호신 -
바람이 꽃잎을 또 한 장 뜯어갔다
바뀐 달력 뜯어내듯이
꽃잎은 바람이 뜯어가지만
지난 세월은 어느 손이 거두어 갔을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오늘도
몰래 지나가는 바람
꽃잎 나이테를 세고 있는 중이다
몇 장 남지 않은 달력
한 장씩 뜯겨져 나갈 때마다
날짜 위에 그려진 동그라미
그 날의 이야기까지 함께 날아 간다
이빨 빠진 꽃이 서있던 자리에는
동그라미 쳐두지 않아도
잊지 않고 새로운 꽃 피워 내듯
뜯겨나간 달력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은
어디선가 오손도손 모여
다시 꽃봉오리로 잉태되고 있을 것이다
─ 2024. 11. 03. 다시 핀 꽃처럼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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