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nie Haslam - Going Home >
[ 걷다 보면 ]
- 연해 / 황호신 -
오래 걷는 길은
걸어온 거리만큼 고요하다
산길 혼자 걷다 보면
시간은 지쳐 소멸에 이르고
길은 저마다 공허에 닿는다
걷기가 불러낸 길이 인도하는 곳은
텅 빈 자아의 공백
끊임없이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도달한 그곳에
신발 두 짝만 남아
지나가던 저 산이
발을 보여 달라 하면
풀섶 길가에 앉아
신발 벗어
무심코 모래를 털어낸다
2024. 09. 25. 걷다 보면 / 연해
'詩 안에서 > Poem & Flow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물버섯 / 먹물버섯 (0) | 2024.10.18 |
---|---|
숲길을 걷다 / 수박풀 (0) | 2024.10.03 |
물 위에 핀 꽃 / 물질경이 (0) | 2024.09.19 |
건너편에 핀 꽃 / 노랑어리연 (0) | 2024.09.12 |
가야산에 간 까닭은 / 큰꿩의비름 (3) | 2024.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