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경 - Rain >
[ 백두의 북쪽 ]
- 연해 / 황호신 -
장마에 지친 구름이
살금 살금 장군봉을 넘어와
아직은 차가운 하늘못 수면을 건너다
남은 빗방울 다 쏟아버리고
장마전선이 대신 보낸 바람
화살곰취밭을 스쳐
기생꽃 하얗게 깔린 숲을 지나
만두봉 밑 구름국화 언덕에 당도할 즈음
구름범의귀 꽃잎을 흔드는 바람에
홀연 나 깨닫고야 마네
경계 너머에도 세상이 있음을
우주가 존재함을
그리고 그 안에 나 또한 있음을
바람이 가고자 할 때 거칠 것 없고
구름은 어느 하늘에 묶어둘 수 없듯
철조망 너머에도 꽃이 피네
무엇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끝내 기억하리라
시간이 소멸하고 내가
나라는 것조차도 모를 때까지
어느 하늘가에 피었던 한 송이 꽃
하지만 잊으리라
평생 보고 알고 느꼈던 것 모두 다
바람처럼 보내리라
구름처럼 아득히 흘리리라
2024. 07. 16. 백두의 북쪽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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