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simpson >
[ 비류수 강가에 초막을 짓고 ]
- 연해 / 황호신 -
번잡한 문명 따위는 모두 버리고
북부여 졸본성
아득한 그 시절로 돌아가
그 허리를 감아 도는 비류수
자작나무숲 울창한 강변에 초막 짓고 살고 싶다
멀리 오녀산이 숲위로 얼굴을 내밀고
요란한 여울이 햇살에 반짝일 즈음
추모왕처럼 말 한 필 타고 사냥을 나가는 거지
버들잎 날리는 비류강가에 빨래 나온 여인
그 여인과 눈이 맞아 사냥은 팽개치고 사랑에 빠질지도 몰라
세월을 감춰두고 세상은 멈춰두고
딸 아들 구별 않고 다섯씩만
야생초처럼 들짐승처럼 키우는 거지
가끔씩 손님이 찾아오면
주몽이 나라를 열었다는 소식도 듣고
늘어선 천막들과 반짝이는 병기들
말 탄 병사들과 장군의 호통소리
영예도 죽음도 함께 하자는
명분보다는 내 자식들이 살아갈 땅을 위해
기꺼이 오랑캐 전장터에 나서리니
戰死전사는 戰士전사의 영광
그렇게 지키고 늘려간 생의 넓이
늙어지면 다시 그 초막에 돌아와
자작나무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 틀어박혀
세상사로부터 버려지고 잊혀져
다만 사랑하는 부인과 더불어 늙고 싶다
가끔씩 다 큰 아이들이 찾아오면
손자 손녀 소식도 듣고
아들같은 오녀산 바위 봉우리 바라보며
딸같은 비류수 강가에서
2024. 07. 19. 비류수 강가에 초막을 짓고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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