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ggie · Ann Breen >
[ 황송포는 늪입니다만 ]
- 연해 / 황호신 -
보이지 않는 모든 길은
늪 아닌 길 없었지요
늪 속에선 옆길이 없고
똑바로 가던가 되돌아 나와야만 했지요
내 몸 속 유전자 지도 나침반은
남과 북만 있어요
무궁화 유전자 스펙트럼에
하양과 빨강만 있듯
우리 팔레트에 있는 물감으로는
우리 꽃만 그릴 수 있어요
동쪽과 서쪽으로 간 사람들은
되돌아오지 않았어요
남으로 내려간 사람과
북으로 올라간 사람들만 늪을 건너
갔다가 다시 오곤 했지요
젊어서는 본능적으로 남으로 향하고
늙은 본능은 북쪽만 바라보던가요
황송포에서 그랬어요
북향사배를 하고 유배를 가던
선비들의 심정에 이입됐다고나 할까요
안개 속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무작정 건너고 보니 늪이더군요
백산차 향만 고요히 흩어지고 있었어요
2024. 07. 12. 황송포는 늪입니다만 / 연해
백두산 야생화 탐사 (제2일차, 황송포 습지, 백두산 천문봉) - 2024.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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