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fin Dance - Bernward Koch >
[ 너는 야생화다 ]
- 연해 / 황호신 -
내가 꽃을 모른다
나를 위해 꽃잎을 열어둔 건 아니어서
그에게 가는 길이
돌길 물길을 건넌다 해도
그건 꽃의 잘못이 아니다
꽃이 나를 모른다
내가 아무리 밭을 갈아
그를 길들이려해도
결코 길들지 않는 야성
먼데 꽃은 먼데서만 핀다
그건 꽃의 모자람이 아니다
들꽃 메꽃 물꽃 하늘꽃
꽃들은 저마다 피는 곳이 있고
지는 곳에서만 진다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두자
몰라도 느끼면 이해됨을 알 때
옷깃에서 별이 떨어진다
소매자락에서 바람이 풀려나온다
그 바람과 별과 함께 살아서
너는 야생화다
2024. 03. 07. 야생화가 사는 법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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