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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깽깽이풀 / 편안함이 좋다

by 緣海 2012. 4. 16.

[깽깽이풀] - 설원의 불심, 안심하세요

 

 

 

 

 

 

 

 

 

 

 

 

 

 

 

 

 

 

 

 

 

 

 

 

 

 

 

 

 

 

[깽깽이풀]

 

 

일년동안 쌓였던 그리움은 꽃몸살에도 딱지를 앉게 하였다.

그 딱지앉은 그리움에 봄이 빗방울로 매달릴 즈음

재발된 꽃병은 염치없는 부탁을 하게 만들고,

숲속의 꽃잔치에 초대받은, 시간 잃은 신데렐라 되어

정신없이 담고 또 담고,,, 문득 정신차려보니 자정 아닌 돌아가야 할 시간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고 말이 생쥐로 변하기 전에

유리구두 벗겨지지 않게 조심해가며 감사함을 품고 집에 도착했다.

 

꽃몸살 앓는 꽃이 어디 한둘이랴만, 깽깽이풀의 유혹은 그냥 넘기기 힘들다.

숲속에서 살랑거리며 보라색 꽃잎을 펼쳐 보일 때면,

처음엔 벌이 찾아오고, 다음엔 사람 코가 찾아오고, 눈이 찾아오며,

요즘엔 카메라 렌즈까지도 즐겨 찾아온다.

사월 벚꽃잎처럼 아쉬운 꽃잎 일제히 떨구고 나면,

씨방에서 익어 떨어진 씨앗에 묻은 엘라이오솜이라는 지방산 덩어리를 찾아

이번에는 개미들이 찾아오게 된다.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퍼져 있다.

꽃과 잎의 모양이 해금이라는 깽깽이와 닮은 모습이라는 설,

개미가 씨앗을 물고 가면서 무거워 깽깽거리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환각성분이 있어 강아지가 먹으면 깽깽거린다 하여 유래되었다는 설,

농민들이 한창 바쁜 시기에 꽃이나 피우고 있으니 미워서 이름붙였다는 설,

여기 저기 한무더기씩 자라는 모습이 마치 깽깽이뜀을 뛴 모습처럼 보여

깽깽이풀이라고 불리웠다는 설 등이 있다.

개미가 물고 가다 힘에 부쳐 엘라이오솜만 떼어먹고 씨앗을 두고가면

한발로 뛰는 깽깽이뜀과 거의 같은 간격으로 새싹이 촉을 틔워 자라나게 된다.

어쨋거나 아름다운 꽃에 비하여 그닥 어울리지는 않는 이름이긴 하다.

 

꽃말 '설원의 불심'이나 '안심하세요'는 깽깽이풀의 약효와 무관하지 않다.

갓난아기의 태열에 입을 닦아주어 열을 내리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약명 황련은 노란 뿌리가 연주모양으로 자란다는 뜻이고,

심신 산골에 의사도 없고 약사도 없는데, 아이들 열이 오르면 얼마나 당황할 것인가.

이런때 열을 내려주는 깽깽이풀은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 없을 것이다.

한손에 약병을 든 약사여래불과 다름없어 보였을 것이다.

달려간 산에서 반가운듯 손사래치는 꽃잎을 보고 부모는 안심하였을 것이다.

 

 

 

 

 

 

편안함이 좋다

 

- 연해 -

 

 

나리꽃같은

고결한 아름다움보다

얼레지같은

편안함이 좋다

 

바람꽃 흔들어대는

낯선 유혹보다

할미꽃같은

부동의 익숙함이 더 좋다

 

킬힐의 높이

그 라인만큼이나 아찔한

솔나리가 보내는

치명적인 유혹

 

그 유혹의 젊음보다

펑퍼짐 낮아졌어도

아카시숲 깽깽이풀

열기 내려주는 약손같은

그 편안함이 좋다

 

 

 

 

 

Campfire at lakefield n.p / Gu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