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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대천해수욕장 / 상가에서

by 緣海 2011. 6. 30.

[대천해수욕장] - 흩어진 날의 파편들

 

 

 

 

 

 

 

 

 

 

 

 

 

 

 

 

 

 

 

 

 

 

 

[대천해수욕장의 야경]

 

아주 오래된 문학동인회의 동인 한분이 부친상을 당하셨다.

갑작스런 부음을 받아 동인 몇분과 함께 상가를 찾았다. 상가는 대천장례식장,

대전에서 대천까지는 점 하나차이지만, 거리는 제법 만만치 않은 117km, 두시간 거리,

근무를 마치고 출발하니 저녁 8시 넘어서야 상가에 도착하였다.

 

분향하고 재배하여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유족과 무릎을 맞대고 마주 앉았다.

오고 가는 말은 망자에 관한 말들이지만, 어찌 보면 산 자들 끼리 서로의 삶을 확인하는 시간,

살아 있기에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서로의 표정에서 살아있는 오늘에 안도하는 모습들이다.

그렇다. 삶과 죽음은 이렇게 한 방에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그 거리에 안심할 만큼 먼 일인 것이다.

조문을 마치고 모여 앉아 먹는 따뜻한 국밥 한그릇에 느껴지는 삶의 희열은 더한 것이었다.

오늘 이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축복이던가....

 

상가를 나와 지척에 있는 대천해변을 찾았다.

여기까지 서로가 두말없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대천해수욕장 야경을 볼 수 있겠다는 암묵적인 기대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기대에 어떤 사전합의라도 한듯이 동시에 발걸음을 해변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6월의 해변에는 수많은 커플들이 다가올 시즌에 예약이라도 한 듯 다정한 씬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또한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모습들 아니던가,

오늘 우리들은 살아있기에 사랑도 할 수 있고, 미워도 할 수 있고, 고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상가에서

 

- 연해 -

 

오늘 이자리에서

한잔 마실 수 있다는게 행복이다

한그릇 먹을 수 있다는게 축복이다

한 상위에 따뜻한 국밥과

차가운 횟감이 함께 나오고

좁은 상 귀퉁이마다

서성이는 황천의 음식들

그들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운 삶과 죽음의 거리

 

문상객도 유족도 함께 앉아

따뜻한 국밥에 김나는 밥 말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한그릇 감사히 먹을 일이다

이마에 흐른 땀 쓱 닦고

마른 안주에 소주 한잔

기쁘게 홀짝 한입에 비울 일이다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어도

도달하지 못할만큼 먼

아랫목과 윗목 사이

그 언저리에 자리깔고

화투 한장 팰 수 있다는게

가신 분 밤새워 추억할 수 있다는게

살아 있다는 감각일 것이기에

그 기쁨에 기꺼이 떠밀릴 일이다

 

 

 

 

 


Sergei Trofanov / Album "Gypsy Passion"

 

L'aube(The 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