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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대청호 문의마을 / 늙는다는 것

by 緣海 2010. 12. 11.

 

 

 

[대청호 문의마을의 여명]

 

 

 

 

대청호에는 문의가 있습니다.

청남대행 셔틀버스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곳, 문의면사무소가 소재하고 있는 곳이죠.

예전에는 대청호에서 가장 많은 억새로 인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던 곳인데

이젠 도로 개통공사로 인하여 많이 훼손되어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이곳에 있던 조각공원의 조각물들도 그바람에 많이 없어졌는데,

저 나선형 철구조물만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 모습이 더 많이 변하기 전에 새벽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휘황한 여명과 물안개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곳 문의에서 고은 시인이 쓴 시 한 편을 아침 내내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 은 -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1974) -

 

 

 

 

 

 

 

 

 

[대청호 여명]

 

 

 

늙는다는 것

 

- 연해 -

 

늙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살아있지 않은것

늙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축복이어라

 

숨을 쉴 때마다 한 호흡치만큼 늙어가고

박동 한번에 고동의 볼륨만큼씩 늙어간다

마음은 어느 호흡 어느 고동에 흰 머리를 늘릴까

 

사람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늙어가니 얼마나 공평한가

 

사랑도 늙어가고 이별도 늙어간다, 그리하여

별도 달도 저 빛나는 태양도

많이도 늙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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