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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풍경과 旅行

회룡포 여행

by 緣海 2010. 10. 5.

[비룡산 전망대에서 회룡포를 바라보며]

[가도 가도 안개속이다. 세상살이가 이러하리...]

 

새벽 네시에 집을 나서 155km를 달려오는 동안

머리 속에서는 온갖 풍경화가 그려지다 지워지곤 했다.

상상하기로는 회룡포를 감도는 내성천 위로 운해가 흐르고

그 위로 첫 일출의 붉은 태양기운이 스며들듯 비추는 장면,

그러나 가는 길 내내 걷히지 않는 안개는 불안한 마음에도 피어올랐다.

도착해보니 딱 이런 풍경, 겨우 산꼭대기만 안개위로 몇개 솟아있을 뿐,

10시무렵까지 기다려도 끝내 멋진 물돌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뿅뿅다리를 건너기 전]

[우리 건너가 만날 다리가 있음은 얼마나 넘치는 행운이던가]

 

기다리다 못해 10시 넘어야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직접 회룡포 안에 건너가서 아침이라도 먹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전망대를 내려와 동네로 향했다.

예전에도 무작정 내려오다가 발견한 등산로였기에 길을 찾기는 수월하였다.

그러나 평일의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밥을 해주는 집은 없었다.

대신 땅콩을 쌓아놓고 팔고 있길래 몇kg 달래서 사왔다.

배는 고프지만 어쩔 것인가. 어차피 세상은 가시밭길, 배고픔쯤이야~~~

가시박이 우거진 강변에서 다리 건너편 저쪽을 보니 안개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뿅뿅다리를 건너다 말고]

[뒤돌아본 하늘엔 안개가 흐르고, 발밑에는 강물이 흐르고...]

 

뿅뿅다리의 실체이다. 정말로 구멍이 뿅뿅 나 있다.

원래 이 다리 말고 반대편에서 섬아닌 회룡포 섬으로 건너오는 다리가 있었는데,

이 다리는 훨씬 나중에 설치한 것이다. 이름은 두 다리 모두 뿅뿅다리.

 

 

 

 

[어느 폐가에서]

[버림받은 것들은 모두 쉽게 무너진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폐가가 있다. 사람이 살다 떠난 곳,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고, 어디선가 장작불 지피는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은데

이미 이 집은 버려진 집이다.

사람이나 집이나 버림받으면 쉽게 무너진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이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 하던가.

무관심은 곧 버림받음이 되고,

버림받은 것들은 폐가가 되고 폐인이 된다.

그런 까닭에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은 끝까지 포기해선 안된다.

 

 

 

 

[쌍둥이 정자 지붕위로 참새들은 날으고...]

[쉼이 없는 삶, 무심히 흐르는 강물]

 

회룡포 물돌이동 안 동네에 들어섰다.

모양이 다른 두 정자가 나란히 서있고, 주변으로는 고추나무가 심겨져 있다.

제법 커다란 소나무 밑에 한껏 정취를 풍기며 앉아있든 두 쌍둥이 정자,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땀이 가시는 듯, 한여름의 낮잠 한 조각이 그려진다.

앞만 보고 흐르는 강물을 황진이는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하고 물었다.

일도창해하는 벽계수를 붙잡을 수 있다면, 무심히 흐르는 세월도 붙잡을 수 있으리.

그러나 세상에는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누가 어찌 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나그네여, 저 정자위에서는 지나가던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네..

 

 

 

[내성천 넓은 강변]

[강물은 흐르고, 청춘도 흐르고,,,]

 

참으로 무심한 것이 강물이다. 그보다 더 무심한 것은 세월이다.

강물은 흐르다 흐르다 그 어귀에 모래톱을 남겨 놓았다.

세월은 흐르다 흐르다 귓바퀴에 흰머리 몇 올 남겨 놓았다.

 

 

 

[뿅뿅다리를 다시 건너와서...]

[삶이란 돌고 도는 것, 인생은 속고 속이는 것]

 

안개가 조금 걷혔다. 아까보다는 다리 저편 섬 아닌 섬이 뚜렷하게 보인다.

모래사장 위의 저 섬을 내성천은 빙 돌아 나간다.

여전히 가시박 우거진 강변에 건네줄 사람없는 다리가 외롭다.

삶이란 어차피 돌고 도는 것 아니던가.

인생이란 서로 속고 속아사는게 아니던가.

안개 걷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저 안개 다 걷히기 전에 어서 전망대로 되돌아 올라가야 할텐데...

 

 

 

 

 

[숨이 턱에 닿아 여기까지 올라왔다]

[안개 걷히듯 두통이 사라진 아침도 있었지 않은가...]

 

살다보면 비오는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맑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던가.

아까까지도 두툼한 안개에 휩싸여 앞이 보이지 않던 회룡포가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만 보이는 저 아름다움, 안개는 홰를 치며 울더니 용의 알을 하나 낳아 놓았다.

 

 

 

 

[내성천의 물방울 다이아 회룡포]

[오른편에는 아까 건너갔다 온 뿅뿅다리가 보인다.]

 

어느사이 하늘이 이렇게 열려버렸다.

삶이란 무릇 그렇지 않던가. 안개 걷히듯 두통이 사라진 아침도 있었지 않던가...

회룡포는 내성천이 목에 걸고 있는 물방울 다이아 목걸이이다.

펜던트는 가을 볕에 황금색으로 곱게 물들었다.

이 가을, 어디로 나들이할 작정이었던가. 세수하고, 화장하고, 목걸이 걸고...

 

 

 

 

[회룡포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진주, 야생화들]

[털진득찰]

 

 

[털진득찰]

 

 진득참보다 줄기에 털이 많아서 털진득찰이다.

꽃중에 이 꽃보다 더 신기한 모습인 꽃이 또 있을 것인가.

또한 이 꽃보다 더 야릇한 꽃이름이 또 있을 것인가.

그래서 진득찰의 꽃말이 신비, 요술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꽃만을 따서 코사지처럼 옷 앞섶에 붙이고 다녔던 꽃,

신비스러운 꽃, 요술같은 꽃, 털진득찰이다.

진득찰과 털진득찰은 동네에 내려갔다 올라오던 중에 보았다.

 

 

 

 

[진득찰]

 

 

[진득찰]

 

 

[진득찰]

 

 

[진득찰]

 

 

[진득찰]

 

 

[진득찰]

 

 

[진득찰]

 

꽃이름부터 왠지 진득 진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꽃 진득찰.

그 요상한 이름만큼이나 진득찰은 신기한 모습으로 생겼다.

그러나 독사의 독을 제거해줄 만큼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진득찰.

그 진득찰의 꽃말은 [신비, 요술]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함경도 함흥지방에 한 의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길주지방을 지나다 지쳐서 산비탈 바위에 몸을 의지해 쉬고 있었다.

그런데 저만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곳을 바라보았더니 족제비와 뱀이 싸우고 있었는데,

족제비가 뱀의 등 껍질을 물고 있었으며 족제비의 치독에 뱀은 죽어가고 있었다. 

족제비는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뱀에게 다가가더니 뾰족한 이빨로 죽은 뱀의 목 줄기를 힘껏 물어 뜯었다.

그런 다음 발톱으로 뱀의 목줄에서 배까지 내리 찢었다. 그리고는 뱃속에서 무언인가를 한참동안 찾는 듯 했다. 

이윽고 죽은 뱀의 뱃속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세 마리의 죽은 족제비 새끼였으니, 바로 그 족제비의 새끼였던 것이다.

족제비는 이상한 풀잎을 물고와서 죽은 새끼등을 문지르기도 하고, 목구멍에 가까이 대어 주기도 하였다.

그러더니 그 풀잎들을 씹어서 거기에서 나온 즙을 새끼들의 코에 발라주는 것 이었다. 

얼마쯤 지나자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새끼들이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게 아닌가.

의생은 기이한 일을 보고 크게 놀랐으며, 또한 족제비의 지극한 모성애에 감탄을 하였다.

족제비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사라진 후, 의생은 그 신비로운 풀들을 주워 모아 품속에 간직한 채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 날 밤, 의생이 어느 산골 초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집 주인이 나그네가 의술을 아는 의생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혹시 독뱀에 물렸을 때 좋은 약이라고 갖고 계신지요?”“아니, 누가 독뱀에 물리기라도 했습니까?”하고 의생이물었다.

그러자 주인이 말하기를, “오늘 낮에 친척 되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독뱀한테 물려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답니다.”라고 하였다. 

의생은 불현듯 오늘 길을 오다가 본 족제비 어미의 기이한 행동이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족제비가 사용했던 그 풀이 혹시 독뱀의 독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가봅시다. 어쩌면 환자를 살려낼 방도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의생이 집 주인과 함께 뱀에 물린 환자의 집을 찾았더니 과연 건장한 사내가 드러누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의생은 즉각 품속에서 침을 꺼내 뱀에 물린 사내의 다리를 찌르고 나쁜 피를 흘리게 한 후, 품 안에 간직해 두었던 그 풀잎을 꺼내어 환부에 붙여주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환부의 독이 풀리면서 침구멍으로 시뻘건 독물이 줄줄 흘러나오더니, 환자가 소생하였다.

이것을 본 의생은 죽어가던 한 생명을 구해냈다는 기쁨 뿐만 아니라, 이와 함께 독사의 독을 제거하는 신기한 약초를 발견한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었다.

그가 이렇게 해서 발견한 약초가 바로 “진득찰”이라고 한다.

 

 

[열심히 회룡포를 사진에 담을 동안 옆에 다소곳이 피어있던 꽃]

[삽주]

 

 

[삽주]

 

 겨울산에서 말라비틀어져 박제가 된 꽃만 보았던 삽주를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았다.

줄기도 잎도 꽃 주변을 싸고 있는 그물같은 꽃받침도 모두 두꺼운 종이처럼 뻣뻣해서

자칫 조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 꽃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뿌리가 무슨 약으로 쓰인다 하여 보이는 족족 수난을 당하니

자주 다니는 숲길에서도 그리 보기가 힘들었나 보다.

 

삽주를 보는 것을 끝으로 장안사 비룡산 전망대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삼강주막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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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의 보석(I gioielli della Madonna/
E.Wolf-Ferrari) 중
'간주곡(인테르메쪼-intermezzo) 1번'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호세 세레브리에르(JOSE SEREBRIER) 지휘

이태리의 작곡가 볼프 페라리(1876·1948)가 1911년에 발표한 오페라 성모의 보석의 간주곡 제1번을 옮긴 멜로디,

성모의 보석은오페라도 유명하지만 간주곡 1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볼프 페라리(E.Wolf-Ferrar)가 작곡한 이 오페라는 모두 3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주곡'이란 규모가 큰 악곡이나 전례(典禮) 등의 중간에 삽입하여 연주되는 악곡을 말하는데요,

인테르메쪼(Intermezzo)라고 부르는 이러한 간주곡이 오페라 ‘성모의 보석'에도 두 곡 있는데,

1막과 2막 사이에 있는 이 곡 제1번 간주곡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볼프 페라리(E.Wolf-Ferrar)의 오페라 원작 ‘성모의 보석'은 잊혀져 가도

아름답고 애잔한 선율로 이루어진 이 간주곡만은 관현악곡으로 연주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1간주곡(1, 2막 사이에 연주된다)




제2간주곡(2, 3막 사이에 연주된다)




볼프 페라리 [Wolf-Ferrari, Ermanno 1876-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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