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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Memory

탑의 悲願

by 緣海 2008. 3. 17.

 

 

탑돌이

緣海

열망입니다
님 흔적 찾을 길 없으니
마음 속에 탑을 세우고
삼오칠구 쌓여진 업보 새기며
홀수배로 님 마음따라 돌아 갑니다

보고픔입니다
님 생각 번뇌에 못견디면
탑파塔婆에 봉안된 님 모습 그리다
상륜에 번지는 은은한 미소
돌아서 돌아서 바람일다

 

체념입니다
나를 보되 너를 보라
탑을 보되 님을 봅니다
돌로서 굳어진 층 층의 옥개석
돌다가 돌다가 바람일다

 

떠남입니다
바라고 기다리다 입상이 되니
기와는 깨지고 파편은 흩어져
탑신만 남은 님 떠나지 못해
돌면서 돌면서 바라밀다

 

잊음입니다
천번을 돌아도 만번을 돌아도
굳어 신앙이 된 바라밀다
하늘을 찌르는 보륜 찰주 끝에
내 마음 걸어 두고 돌아 갑니다

 

 

남매탑

緣海

부부 되어
각시 신랑되어
그렇게 살고 싶었지

인연은
나뭇가지 끝처럼
멀고도 혼란스럽던가

살아도
평생을 살아도
좁아지지 않을 너와의 거리

남매처럼
오누이처럼
그렇게만 살다 가자꾸나

 

 

石塔 泉谷寺址

 

緣海

 

염원의 상징
신념의 표상
천년을 한 표정으로
무른 땅을 굳히며
석탑은 서 있다
그 옛날 몸을 다듬던
정의 손길을 기억해 내며
그 위에 이끼가 덮이고
눈 비에 눈물 드리우고
햇살에 웃음 맺혀도
석탑은 한 표정으로
사람들이여 보라는 듯
그 자리에 서 있다
석공은 알고 있었을까
아슬 아슬 올라간 돌덩이가
이렇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될 줄을...

 

 

 

 

 

 

 

 

정림의 이름

緣海

 

이제 그만 고된 몸 눕히고
쉬고 싶기도 하겠지
천오백여 풍상에
다리에 쥐도 났겠으니

허벅지에 새겨진
지우지 못한 욕된 문신
쌓이는 눈으로도 감출 길 없으니

 

이제 주저 앉아
빗줄기 따뜻치 못해도
욕물삼아 나신 위 쌓인 먼지
씻어내기라도 하렴

얼마나 아팠겠느냐
날카로운 이방인의 정날이
허벅지를 쪼아올 때

얼마나 억울했겠느냐
많은 세월
정림定林의 아름다운 이름마저
평제平濟로 뒤바뀌어
살아야 했던 날들

한 발자국도 떠나지 못하는
나무처럼 뿌리를 가진
붙박이 삶들은
시간을 길 삼고 추억을 탈것 삼아
여행을 떠난다

가다가 그 날 그들 만나더라도
이젠 용서라는 이름으로
부디 너를 편히 쉬이렴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은
정림의 이름으로

 

 

 

 

 

비원(悲願)

緣海

탑을 願望한 건
사람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 어느 하늘 아래
부지런히 맴돌았을 발자국들
말없이 바라보며 지금까지도
묵묵히 제자리에 서있는 걸 보면

 

탑을 질투한 건
바람만이 아니었나 보다
저토록 부서지고
깨어지면서도 무너지지 못해
비명도 못지르고 서있는 걸 보면

먼 바다 위를 달려와
그리워 하던 품에 안기면서도
처절하게 울부짖는 파도는
묵묵히 기다려온 바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도 부서져 내리나니

사랑한다는
대상을 향한 悲願은
상대를 처절히 마모시키고
자신도 늙어 버리는 것
언젠가 무너져 내릴 때까지
할퀴고 또 상처 내는 것

 

탑이 기다린 건
해후만은 아니었나 보다
천년을 어루만져도
이루지 못한 꿈
허공을 향해 한숨 내쉬며
오늘도 저렇게 서있는 걸 보면

 

 

 

 

 

David London / A Lov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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