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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낚시하러 간다.

by 緣海 2007. 9. 28.



<  당신과 나 - 민해경 >

 

 

 

 

 

 

 

[  낚시하러 간다  ]

 

- 연해 / 황호신 -

 

 

낚시하러 간다.

어설픈 낚싯대 하나 어깨에 얼러 메고

어리숙한 나보다

더 눈먼 고기 하나 낚아보러 간다

 

낚시하러 간다.

고독에 물들어

한 여름에도 시린 옆구리 몇날이더냐

휘영청 투명 낚싯줄 보이지 않게

산으로 들로 낚으러 간다

 

낚시하러 간다.

물음표 두세개 물 속에 드리우고

물음표인줄 모르게 거꾸로 드리우고

보이지 않게 가증스런 미끼 하나 채워서

그 앞에서 헷갈릴 미련한 놈 하나 잡으러 간다

 

낚시하러 간다.

꿈에도 그리던 예쁜 얼굴

해초 뒤 보일 듯 말 듯 붉바리 다금바리

그 얼굴 오늘은 못내 보고 싶어서

차려입고 멋내고 폼잡고 간다

 

낚시하러 간다.

누가 낚인 고기에게 먹이를 준다 하랴만

먹을 때 같이 먹고 잠잘 때 같이 자리

너는 물에서 살고 나는 뭍에서 살지만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도 같이 산다는데

단 한번 요리에 널 버리지는 않으마

 

낚시하러 간다.

꿈틀거리는 지렁이

오늘은 네가 나를 위해 기꺼이 질문이 되어다오

너와 함께 멀리 던져 넣은 의문부호

거꾸로 매달려 세번의 수수께끼 못 풀고

걸려든 어리석은 물고기 한 마리

부디 내 앞에 데려와 다오

 

낚시하러 간다.

물고기 기억은 3초라지만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3단계 퀴즈

애써 풀려 하지 말고 덥석 잡아 물어 다오

거기엔 너를 향한 나의 질문이 달려 있는 것이거늘

입질만 하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니라

 

낚시하러 간다.

오늘도 부지런히 포인트를 누볐지만

돌아올 땐 언제나 빈 살림망

허전한 이 세상 발길은 가볍지만

내가 던진 질문을 나조차 이해 못하는데

어느 누가 거꾸로 된 물음표를 납득하랴

 

오늘도 낚시하러 가지만,

조황은 장담을 못해

습관이 되어버린 빈 발걸음

아직 실망하기에는 남은 날 많아

나만의 의문문을 너에게 던져 넣으리라

오늘도 너에게

내일도 너에게

 

낚시하러 간다.

잊으러 간다

헛똑똑이로 빈 낚시에 걸려 발버둥치던

눈 먼 기억 하나 잊으러 간다

돌아보니 세상은 물음표의 숲이더라는

씁쓸한 기억 하나 잊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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