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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들꽃과 散文

뜬 구름처럼 좋았던 시절...

by 緣海 2007. 7. 3.

오늘, 서산에 와서 처음으로 수영장에 나갔습니다.

3월부터 6월까지 쉬었으니 4달간 쉰 셈이네요.

어제 등록까지의 과정이 어찌 되었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 갔습니다.

 

93년 7월에 처음 입수하여 어느덧 수영경력 15년이 꽉 찼네요.

하지만 나날이 실력은 하강하여 오늘은 팔이 잘 안올라가서 애먹었네요.

한때는 선두를 이끌며 뜬 구름처럼 좋았던 날들도 있었건만 이제는 아니군요.

충격적이게도 한 쪽 어깨에 통증이 와 접영에 아주 힘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평영과 배영은 아직도 잘 나갑니다.

뭐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지겠지요.

 

몸과 얼굴을 보면 아직 예전 그대로인데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오늘은 맨 뒤에서 쉬엄 쉬엄 따라 다녔습니다.

수영의 기록보다도 수영 그 자체가 좋아 물 속에서 살았던 15년인데요 뭐.

 

처음 경성스포츠 수영장에서 초급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25m를 가는데도 물을 엄청 먹어가며 언제 포기할까를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며 등록비가 아까워 한달을 다니고 보니 포기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한달만 더 다니자 한 것이 중급, 상급, 교정반을 거쳐 연수반에 있더군요.

 

당시에 같이 수영하던 친구들이 가끔씩 보고파집니다.

지금은 모두 연락두절 헤어져 버렸지만 언젠간 만날수 있을런지요.

여름 한 때 날을 잡아서 대천 해수욕장으로 바다수영을 단체로 간 적도 있었지요.

정모와 번개는 수도 없이 했었고, 서로의 집으로 놀러도 다니곤 했었지요.

 

그러다 경성스포츠 사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연관된 사건으로 부도가 나고 말죠.

주인없이 관리도 안되던 수영장이 여기 저기서 고장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처음부터 그곳에서 몸담았던 곳이기에 떠나지 못하고 악착같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일시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서 장기로 등록한 회원들은 회비조차 반환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마치 이곳 진영스포리움(서산스포리움) 사태를 보면 그때와 어찌도 닮았는지요.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어 새 주인을 맞고 긴급 처방끝에 재개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재개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수영장이 아닌 우리들간의 사소한 오해가 있었습니다.

그토록 오랜동안 같이 수영했던 동료들이었지만, 한번 금간 우정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10년동안 정든 경성을 떠나 타임월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역시 잘은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약간은 가슴아픈 일들이 있었던 것들이 감지되는데

그러한 일들을 겪어보신 분이라면, 그때의 안타까운 마음들을 잘 이해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새로 옮겨간 타임월드는 직장이 바로 옆이었다는 잇점은 있었지만

왠지 마음은 자꾸 예전 경성쪽으로 기우는 걸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회원들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타임월드에 있었던 동안 모임에도 자주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여전히 물을 못떠나고 있었던 것은 예전의 좋았던 기억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서산에 온 지금도 여전히 물을 찾아서 목말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직장의 전근때문이었지만 타임월드에서도 떠나오게 된 날 많이 아쉽더라구요.

 

어찌 되었든 수영은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대전으로 복귀하더라도 수영은 계속하게 되겠지요.

그때 쯤이면 어느 수영장으로 가게 될까요.

지금이라도 경성으로 가면 그때 그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을런지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그곳에도 많은 친구들이 물을 떠났을 것입니다.

더러는 골프를 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운동쪽으로 돌린 사람들 얘기도 가끔씩 듣곤 했으니까요.

 

이상 수영장 물과 함께 흘러온 저의 수영 역사를 대충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계시다면 더러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계속 수영하고 또 물에 관심을 끊지 못하고 있다면 언젠간 수영장에서 얼굴을 볼 날도 있겠지요.

아직도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일이 설렐 때가 많습니다.

그때가 되면 수영 못한다고 구박하지 마시고 잘 대해 주세요. 미리 부탁드립니다... ^^*

 

쓰다 보니 장문이 되었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그 시절 잊지 못하는 경성멤버 한 사람이 멀리 서산에서 홀로 그 시절 그리워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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