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ill Life - ANBR Adrian Berenguer >
[ 개화의 순간 ]
- 연해 / 황호신 -
동쪽 꽃과 서쪽 꽃이 올라와
만나던 순간의 고갯마루는
백두대간이 하루에 다 갈 수 없어
지친 허리를 쉬어가는 곳
서쪽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동쪽에서 맞이한 이야기들이 만나
짧은 눈빛으로 반짝인 그 순간은
하룻밤으로 다 풀어낼 수 없어
머뭇거리며 가던 시간들
남태평양에서 몰려온 구름이
오호츠크의 찬 바람을 만나
장마전선으로 떠 있던 그 하늘은
얼마나 많은 비를 품고 있었을까
짧은 순간에 오래된 시간들이
좁은 언덕엔 먼 길들이
꽃송이처럼 빼곡히 들어있어
꽃 필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2024. 07. 26. 개화의 순간 / 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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