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종이꽃 / 나도여로

by 緣海 2024. 7. 31.



<  김민기 - 아름다운 사람 >

 

 

 

 

 

 

 

 

[  종이꽃  ]

 

- 연해 / 황호신 -

 


웃고 싶어도 표정이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이 없어

맨 처음 색종이를 만져
손가락 사이에서 나를 접으신 분은
꽃 닮아가는 내 모습 내려다 보며
입가에 미소 지으셨지요
그 미소대로 접어지길 원하면서요

색과 색이 어우러지고
모양과 모양이 만나 꽃이 되었지만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어
내가 닮은 원형의 꽃을 나는 모릅니다

흙을 만나 뿌리 내려보고
예쁜 화분에 안겨보고도 싶지만
벌레 하나 먹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탁자에 우아하게 꽂혀 있을 걸 잘 압니다

길 잃은 벌 나비 찾아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도
주고 받을 것 하나 없는 불임의 꽃

열매를 원해도 결실이 없고
시들고 싶어도 계절이 없어

비록 미소 지을 수는 없지만
나를 보는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보며 웃어줄 때
당신 마음 속에서 나는 꽃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얼굴에 화장 다 지우고
하얗게 바래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2024. 07. 31. 종이꽃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