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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슬그머니 / 노박덩굴

by 緣海 2024. 2. 8.



<  Angel Blue · Karen Salicath Jamali >

 

 

 

 

 

 

 

[  슬그머니  ]

 

- 연해 / 황호신 -

 

 

나이 먹어
자연에 가까워지다 보니
먼 데 꽃보다
옆에서 피는 꽃이 더 예쁘다

영화를 보며 잘 운다거나
갑자기 아내가 고마운 것도 어쩌면
호르몬 결핍이 아니라
사람쪽으로 더 가까워져서일 것

별이나 구름보다
꽃나무 하나가 더 소중해진 것은
늦게 철들어서인 것 같아

꽃보다 열매가 곱고
잎중에 단풍잎이 제일 화사한것도
황혼에 더 끌리는 것과 같겠지

나 오늘은 슬그머니
당신 손을 잡고 어쩔 줄 모를거야
꽃이 슬그머니 피다
슬그머니 지듯
나이도 슬그머니 먹는게 안타까워서

 

 

2024. 02. 08. 슬그머니 / 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