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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왕덕천을 따라 사포리까지

by 緣海 2017. 9. 7.

왕덕천에서 / 연해


한 잔 술을 마시면
내가 흔들리는지
세상이 흔들리는지...


가까웠던 정이 떠나면
내가 비틀거리는지
하늘이 도는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은 없더라
붙잡아도 붙잡아도
곁에 머무는 세월은 없더라


홀로 고독을 안고
기꺼이 오늘은 길에 선다
설마 길이 먼저 끊길까


오늘만은 혼자가 되어
오래 물그림자 되어 먼 곳 보고 싶다
설마 세월이 먼저 다할까


물길은 모였다 흩어지는데
헤어진 흙길도 다시 만나는데
아무리 아득해도 내 마음 먼저 잦아들까





[왕덕천 들녘에 벼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봄, 월요 명상 가는 길에

왕덕천 만나는 곳에서 차에서 내려 냇물을 따라 걸어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사포리까지 이어지는 그 천변 둑길에는 놀란 오리들이 푸드덕거리며 날고

빈 논에 파란 풀들이 돋아나고, 개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있었지요.



비었던 그 논에 지금은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한가롭습니다.

버린지 오래 되어 환삼덩굴이 휘감은 오토바이에는 세월이 홀로 타고 있고,

강아지풀 한가로이 고개를 젓는 둑방길에는 농부의 땀방울이 비쳐 보입니다.





[논둑에는 까마중 꽃이 한창입니다]




오늘은 지난 봄의 그곳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내려와 봅니다.

물길을 따라 내려와 연산천을 만나고 노성천을 만날 예정입니다.

논산 들녘을 적시는 물길에는 논산천과 연산천, 노성천, 강경천 등이 있지만,

왕덕천도 지류로서 고유의 유역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벼가 익어가고 있는 논을 배경으로 아직도 왕성하게 꽃을 피운

까마중이 한무더기 눈에 띕니다. 열매가 스님 머리를 닮아 까마중이라 했다는데,

익으면 먹기도 하지만, 감자 싹에 들어있는 '솔라닌'이란 독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탈이 납니다.





[왕덕천에 노을이 물들어 갑니다]




왕덕천이 연산천으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만난 세월교입니다.

세월호처럼 되돌아오지 못할 다리는 아니고, 사람이 오가고, 세월이 가고 옵니다.

왕덕천의 하늘 위로는 노을이 저물고, 하늘 한쪽에 채운도 보입니다.

다리 옆 길에는 전신주가 저물도록 홀로 서서 역시 혼자인 나를 오래도록 바라 보았습니다.






[계룡산과 노성산이 호위병처럼]




들판 건너 오른쪽에는 계룡산이, 왼쪽에는 노성산이 가로막고 서있습니다.

계룡산 앞쪽으로는 표고 200m의 탑산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탑산 오른쪽 끝자락에는 사포리가 기다리고 있겠지요.

점점 하늘이 석양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이제 연산천이 된 왕덕천은 노성천을 만납니다.





[익모초와 박주가리의 만남]




익모초를 휘갑는 박주가리 덩굴도, 보름을 하루 앞둔 구름 사이의 달도 만납니다.

노성천 둑방의 키 큰 플라타나스 나무를 만납니다.

문득 예전에 강변마다 수많았던 미루나무들이 그리워집니다.





[섬뜩한 가시박 덩굴손의 아우성]




가시박덩굴이 욕심사납게 덩굴손을 뻗칩니다.

나무 하나를 통째로 삼키고도 모자라 괴물같은 모습이 되어 하늘로 덩굴손을 날름거립니다.

외래의 생태교란종인 이들은 천변마다 무서운 기세로 번져가는 중입니다.




[세시간 동안의 왕덕천 여행기]




누군가 천변에 불을 놓았습니다.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습니다.

하도리의 하늘에도 여명이 불타오릅니다. 불빛에 물든 구름이 하늘 가득합니다.


세시간동안의 왕덕천 나홀로 여행을 마치고,

이제 발길을 돌려 사포리로 되돌아 갑니다....^^*



C'Era Una Volta Il West(Once Upon A Time In The West) - Lanfranco Per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