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안에서/Poem & Flower

동래엉겅퀴 / 11월을 보내며

by 緣海 2013. 11. 30.

 [동래엉겅퀴] - 건드리지 마세요

 

 

 

 

 

 

 

 

 

 

 

 

 

 

 

 

 

 

 

 

 

11월을 보내며

 

- 연해 -

 

찬바람 머무는 빈 가지에

검푸르게 멍들다 탈색되어버린 잎잎

겨울비 우수수 몰아가버리면

어제 있던 그자리에 오늘은 흔적도 없고

빈 논에는 농부의 그림자도 사라졌다

앞으로 이루어야 할 것보다는

아직 곁에 남은 것들을 헤아리는 계절

계절의 행선지는 참으로 쓸쓸하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웠지만

이젠 하나씩 보내는 일도 낯설지가 않다

자꾸만 비어가는 머리숱을 닮은 산들

차가운 눈송이 몇개 내달리면

산은 금새 깊은 주름이 드러나고 만다

여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 빈 마음은 빈 대로 두고

남은 자들끼리 맘대로 어울려

빈 잔에 다시 술이나 채우며 살아야겠다

세상이 나에게 와주지 않아

산다는게 참으로 쓸쓸한 일이었으므로

 

 

 Follow Your Heart / Mario Frangoulis (마리오 프랑글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