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쓴풀] - 지각(知覺)
[개쓴풀을 베끼다]
- 연해 -
가장 이른 시간의 이슬 밟고 개쓴풀을 만나러 간다
아직 덜 깬 눈망울에 별빛들이 초롱초롱하다
솟아오른 태양의 맨 처음 빛만을 받아들이는 꽃
숲에는 더러 지난 밤의 덜 깬 꿈이 아직도 남아있을 것이다
모습은 훔쳐왔으나 아차, 뿌리에 꼭 꼭 숨긴 쓴 맛은 알지 못하여
쓴풀이되 너는 쓴 맛이 없는 개쓴풀이니라~
이름에 천상 을이라는 개~를 달고 살면서도 그래도 너는 쓴풀
개쓴풀을 인화지에 베낀 죄로 나도 이름 앞에 개~를 붙여야 할까
아름다움은 훔쳤으되 쓰디 쓴 그 내력까지는 담아내지 못했으니
개~를 붙여도 두세번은 붙여야 할 것이다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의 호두과자에는 호두가 없고
어느 정치 지도자의 공약은 모두 空約이 되었다 하니
세상은 모든 갑들은 어딘지 쓴풀을 닮아 씁쓸하다
너를 즐겨찾기에 저장해 둔 저 몸뚱이 색깔 고운 꽃등에는
말벌을 모방한 파리목 꽃등에과의 짝퉁이라 하고
아프리카의 벌새를 닮아 붕붕거리는 검은꼬리박각시조차
새들의 눈으로는 늘 그 진위를 의심해야 하리니
개쓴풀 뿌리에 쓴 맛이 없다고 하마 태클을 걸지는 못하리라
긴 주둥이로 공중급유하는 꿀맛에 모두 말문을 닫으리라
다만 돌아가는 길 풀섶에 사라진 저 이슬과 별빛과
오는 길에는 없었던 푸른 하늘과 빛나는 태양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꿈자리의 기억만큼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의심할 나위 없는 진품의 세상이었으면...
Bamboo - The Magic Of Bamboo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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