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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밖에서/풍경과 旅行

세종호수공원 / 가을, 바람이 머무르다...

by 緣海 2013. 9. 15.

[세종 호수공원] -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  In My Dreamy Infancy - PRAHA >

 

 

 

 

 

 

[지금은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예전엔 충남 연기군 종촌면 진의리]

 

세월이 바꾸어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 그대로 제행무상의 변화를 느껴보려면 세종시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예전, 조치원에서 7년간 근무할 때(1996~2003), 대전에서 출퇴근하면서 꼭 거쳐가던 곳,

그곳이 바로 이곳 충남 연기군 종촌면, 남면 일대였다. 지금은 거기서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당시에는 대평리에서 금남대교위로 금강을 건너면 LA가 아닌 나성리가 나오고,

뒤이어 60년대 읍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종촌을 꼭 거쳐 지나가야만 조치원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언젠가 종촌에서 옆길로 새어 전월산쪽으로 나가보니 그곳에 진의리가 있고 연세초등학교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 마을 이름은 골말이라 불리웠다. 내 어릴적 살던 동네 이름도 골말이었는데...

그 진의리 연세초등학교 앞쪽으로 금강까지 펼쳐지던 들판, 그곳이 바로 지금 세종 호수공원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뒤쪽 종촌읍내는 지금 세종특별자치시가 되어 날마다 눈뜨고 나면 모습이 바뀌는 상전벽해다.

나성리에서 금강을 끼고 송림사쪽으로 가다보면 구절초로 유명한 영평사 가는 길도 있고,

좀 더 강변을 따라가면 청벽 앞을 거쳐 공주시내로 연결되는 강변도로가  금강물만큼이나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송림사가 있던 그 강변은 첫마을 아파트가 위용을 뽐내며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앞 금강을 한두리대교와 학나래교가 가로지르고 있으며, 그 사이로 세종보가 물길을 막고 있다.

그리고 금강 남쪽으로는 호남고속철도가 가로지르며 오송역에서 경부고속철도와 만나게 될 것이다.

 

 

 

 

 

 

 

 

 

 

 

 

 

  

 

 

 

 

 

 

 

 

 

 

 

 

 

 

 

 

[건축의 일상이 조용히 저물어 가는 곳]

 

아직도 건설중인 세종시, 그 옆 세종호수공원은 이미 완성되어 수많은 시민들과 인근 도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있었다.

저쪽에서 뚝딱거리는 건설의 소음들은 남일인 듯, 한없이 평화롭고, 나태롭고, 무료하기까지 하였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저 아파트는 P가 얼마나 할 것이며, 저 산 옆은 지가가 얼마나 할 것인가.

그러나 그쪽에 문외한인 내 눈에는 오로지 한가로운 호수의 물결만 보일 뿐이다. 마치 호수에게 저쪽 도시일이 남 일인 듯...

그렇듯 도시 주변의 호수는 욕심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화 힐링으로 달래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근교의 호수가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도시의 높이로 끝없이 부풀려진 사람들의 욕망은 이곳 호수에서 한없이 낮아진 수면처럼 차갑고 잔잔해져야 할 것이다.

 

 

 

 

 

 

 

 

 

 

 

 

 

 

 

 

 

 

[여름,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가...]

 

지난 여름, 식을 줄 모르던 태양은 대지를 달구고, 바다를 덥히고, 허공에 바람을 일으켜 놓았다.

바람은 비구름을 몰고와 산을 허물고, 집을 잠기게 하고, 도로를 끊어 놓았다.

내 젊은 날의 바람처럼 여름날의 바람은 격정이었으며, 방황이었으며, 끝이 없이 떠돌았던 열대성 저기압이었다.

위태로웠던 회오리바람, 그 바람은 석축처럼 단단했던 한 사람의 바닥도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이었다.

여름, 그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가. 어디에서 머물다 어디로 불어가는가.

저녁놀이 어스름해진 석양무렵에야 나는 알게된다. 그런 바람이 없었다면 여름은 얼마나 여름답지 못했을 것인가.

시련을 겪지 아니한 들판은 곡식을 실하게 여물게 하지 못한다. 고개숙인 이 가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바람과 소나기와 열기가 함께 했던 지난 여름은 얼마나 더 아름다웠던가.

 

 

 

 

 

 

 

 

 

 

 

 

 

 

 

 

 

 

 

 

 

 

 

 

 

 

 

 

 

 

 

 

 

 

 

 

 

 

 

 

 

[가을, 바람이 머무르다...]

 

가을의 첫머리에서 잔잔히 뒤집혀지고 흔들리는 호수의 물결위에.

반짝이는 햇빛으로 살랑거리며 막 고운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위에.

가을, 바람이 머무르다. 이제 막 저물기 시작한 노을속에 시들어가는 꽃잎 사이에.

머무른다는 건 끝남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이다.

잠시 머물렀던 바람은 어디론가 또 다시 불어갈 것이다.

그곳이 어디일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이든 바람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오늘 호수공원 한쪽, 바람의 언덕이라 스스로 명명한 저 언덕에서 해를 서산에 넘겨주었다.

지평선을 넘어간 해처럼 사나웠던 여름날의 바람은 호수의 물결위에 고요히 잠들었다.

저 호수의 물결마저 모두 얼어버린 날,

오늘 놓아버린 바람을 찾으러 이곳을 다시 찾을 지도 모르겠다.

훗날 나는 나 자신을 기억하리. 바람을 찾아 바람에 쫓겨다닌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