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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태백산 여름꽃 2 / 금단증상

by 緣海 2012. 6. 18.

[인가목] - 행복한 사랑

 

 

금대봉 정상에 매발톱나무와 마주보며 다 져가는 꽃 몇송이 매달고 있던 나무,

조사해보니 이 나무를 두고 인가목, 붉은인가목, 생열귀로 소개한 글들이 많던데,

인가목이라는 글이 훨씬 많은 걸로 보아 인가목이라 생각된다.

생전 처음 본 인가목, 그런데 왜 자꾸만 해당화가 연상이 될까...

 

 

 

 

[꽃꿩의다리] - 순간의 행복

 

 

꽃꿩의다리가 산길에 딱 한송이 피어있다.

5~7월에 피는 꽃이라니, 적기에 핀 것이겠지만, 이거밖에 없으니 보기 귀한 꽃으로 여겨진다.

꿩의다리 혹은 산꿩의다리일까 살짝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꽃꿩의다리일듯 싶다.

아직 어느 꿩의다리도 보질 못했는데, 올 처음 보는 꽃꿩의 모습이 반가웠다.

 

 

 

 

[감자난초] - 숲속의 요정

 

뿌리를 파보면 감자처럼 생긴 알뿌리가 나온다 하여 감자난초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파보는 테러는 하지 마시길...

높은 산에만 보여, 어쩌다 한 송이씩 눈에 띄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여기서 이렇게 무더기로 크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에 앞서 고맙다.

 

 

 

 

[두루미꽃] - 화려함, 변덕

 

 

 

그리 화려하지도, 변덕스럽지도 않게 생겼는데, 꽃말이 그러한 두루미꽃이다.

이 아이는 지난 두번의 태백행에서 두번 다 꽃봉오리만 보여 애를 태웠던 녀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늦어 뽀얀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야 할 두루미가 노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할 수 없지, 변이종 노랑두루미꽃이라고 우기는 수밖에...

 

 

 

[덩굴개별꽃] - 귀여움

 

 

 

우연찮게 발견되어 한참을 기쁘게 해준 덩굴개별꽃,

주변에 많았던 참꽃마리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꽃모양이 다르다.

생전 처음 보는 덩굴개별꽃인데, 덕분에 보아야할 개별꽃 중 한가지는 줄였다.

어떤 꽃이든 앞에 덩굴이 붙으면 유난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아쉬운건 시기가 좀 지난 듯, 몇송이만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딘가. 한송이라도 이렇게 처음 대면한 것을...

 

 

 

 

[선괴불주머니] - 보물주머니, 비밀

 

 

 

여느 선괴불주머니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등걸 위 묘한 곳에 자리잡은 이 녀석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람도 때로는 사는 곳에 따라서 달라 보이는데,

남의 몸뚱아리 위에 세들어 사는 이녀석들은 좀 얌체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랴. 함께 사는 것에 상생의 기쁨도 있는 것을...

 

 

 

 

[꽃쥐손이풀] - 새색씨

 

 

 

털쥐손이풀로도 불렸었는데, 꽃쥐손이로 통합되었다고 한다.

덕유산에서 해마다 이맘때쯤 마주치는 아이지만, 이곳 만항재에서도 더러 더러 많이 보였다.

뿌리가 쥐의 발 모양을 닮아 그리 이름붙여졌다는데,

이 꽃을 보면 늘 감자꽃이 생각나곤 한다.

소박하고 토속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꽃쥐손이,

비록 수술 꽃가루가 다 떨어져 나가고, 비호감의 쥐라는 접두어가 붙었어도

전체적인 이름은 꽃만큼이나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은난초] - 총명

 

올해 주변에서 만나지 못하고, 올해는 그냥 지나치는가 싶었던 은난초를

이곳 태백산에 와서야 보게 되었다.

어디에서 피건 여전히 순결스런 하얀 꽃,

그러나 여간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개화,

까다로워서 더 아름다운 은난초였다.

 

 

 

 

[범의꼬리] - 너를 잊지 않으리

 

 

 

 

아직은 개화전, 꽃봉오리의 모습이다.

마치 여뀌처럼 활짝 꽃을 피우게 될 조금 더 지난 후의 모습은 지금과는 차이가 난다.

성급한 마음에서 몇몇 개체를 만나 반가움에 담아주었다.

이제부터는 고산마다 화려한 범의꼬리의 잔치가 시작되겠지...

 

 

 

 

[잔개자리] - 우리들의 깊은 사랑

 

 

 

 

노랑토끼풀로만 알았는데, 정확한 이름이 잔개자리란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찾아간 골짜기에 붉은토끼풀과 잔개자리만 쫙 깔려 있었다.

귀화식물이라는데, 어쩐지 토종의 꽃들과는 느낌이 달라 보였다.

 

 

 

 

[고광나무] - 추억, 기품, 품격

 

 

 

 

늘 실체가 궁금했던 고광나무를 만났다.

꽃말처럼 기품있고 품격있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6월의 숲속에서 저홀로 향기의 길을 틔우고 있던 그 나무,

지금쯤 꽃 지고 빈 꽃대에는 열매를 키우고 있겠지.

 

 

 

[할미밀망] - 비웃음

 

 

 

 

한 꽃대에 세송이씩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할미밀망,

할미꽃에 이어서 또 다른 할미의 꽃이다.

할미질빵이라고도 하며, 비슷한 사위질빵보다 꽃을 일찍 피운다.

 

 

 

 

[갈기조팝나무] - 단정한 사랑, 노력

 

 

 

 

휘어진 줄기에 말갈기처럼 꽃들이 달려있어 갈기조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나....

조팝나무의 가문도 상당히 복잡한가 보다.

공조팝, 당조팝, 꼬리조팝 등 들어본 이름도 있지만,

둥근잎조팝, 인가목조팝, 덩굴조팝, 긴잎조팝 등 이름도 못들어본 아이들도 있다.

이름이야 어떻든 아름다운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이 갈기조팝은 태백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월에서 만났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우연처럼 만난 이 아이는 사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이번 태백여행에서 만난 첫 꽃 함박꽃에서부터 마지막 꽃 갈기조팝까지

꽃쟁이들의 꽃기행에 반가운 만남 되어준 수많은 꽃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금단증상

 

- 연해 -

 

봄을 견딜 수 없어 터져나온 꽃잎

대상 의존성 정서 장애일까

꽃 지고 빈 꽃대 어이하나

중독된 사랑 마디마다 어지러운 낙화들

 

바람 이길 수 없어 불려나온 파도

행위 의존성 불안 장애일까

썰물 후 빈 백사장 어이하나

떠나간 발자국위에 겹쳐지는 발자국

 

 잊지 못할 것들에는 금단증상이 있다

끊고도 놓지 못하는 미련의 불면증

가을에 제 몸 떨구는 낙엽도

 겨울 들판 뒤덮는 환청같은 흰 눈도

잊혀지지 못할 경련에 몸을 떠는 것이다

 

 

 

 

 

 

 

 

Szentpeteri Csilla

 

1. Albatrosz (Chopin)

    2. Moldva (Smetana)
    3. Vihar(Vivaldi)
    4. Gloria(Mozart)
    5. Fiesta (Rossini)
    6. Sloveig Dala (Grieg)
    7. Nemorino Romca (Doniz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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