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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둥근잎유홍초 / 가시박 / 봄 여름 가을 겨울

by 緣海 2010. 9. 22.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가족 친지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

 

- 연해 -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던 날,

오호츠크해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이

한반도 상공에서 만나 한바탕 활극을 벌였다

 

거대한 두 공기덩어리가

한반도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충돌하는 사이

중국쪽에서 계속하여 유입된 수증기는

비가 되어 한반도 허리에 103년만에 무차별로 쏟아졌다

 

시민들이 남으로 남으로 집을 비운 사이

수도권 7천가구는 모조리 침수되고

1만 천여명의 이재민은 차례 대신 피해복구에 나섰다

 

오호츠크는 오호츠크에서 살고

북태평양은 북태평양에서 살면 그만인 것을

그들은 왜 조그만 한반도에까지 와서 부딪쳤을까

 

북태평양의 뒤에는 여름이 있고

오호츠크의 배후에는 겨울이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의 영역확장의 야욕이 숨어있는 것을 안다

 

기습에 성공한 겨울이 당분간 한반도를 지배하겠지만

머지않아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여름이 다시 세력을 회복할 것이다

그사이 한반도는 초토화되고 많은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온냉탕을 오가는 지정학적 운명만을 탓하게 될 것이다

 

오호츠크와 북태평양의 사주를 받은 가을과 봄이

자체적으로 국지전을 벌여 상대를 상처입히는 동안

결국 이나라에는 여름과 겨울만 남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봄과 시원한 가을이 있어야만

여름은 해수욕이 즐겁고, 겨울은 스키가 신날 수 있다

 한반도의 깊은 상흔 허리의 침수지대를 사이에 두고

구름과 바람이, 하늘과 땅이  서로를 인정해야만

서로가 의지되어 사계절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나라

사계절이 분명하여 진퇴의 명분이 살아있던 나라

우리나라는 그런 자양을 먹고 살아왔지 않은가...

 

 

 

 

 

[둥근잎유홍초]

 

 

[둥근잎유홍초]

 

 

 

 

 이념으로 나뉘더니 사상으로 갈라졌다.

남과 북이 갈라서고, 좌와 우가 서로를 비난하고

좌빨이니 우꼴이니 모두가 어지럽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가시처럼 찌르지만 말고, 둥근잎처럼 감싸안아야 하지 않겠는가... 

 

2010. 09. 22. 추석날에 - 연해 - 

 

 

 

 

[가시박]

 

 

[가시박]

 

 

 

 

 

 

 

 
Georgy Vasilyevich Sviridov / Old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