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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Photo

눈 내리는 소리 4

by 緣海 2009. 1. 28.

 

 

 

 

 

 

 

 

 

 

 

 

 

 

 

 

[  눈 내리는 소리 4  ]

 

- 緣海 / 황호신 -

 

그리움이 내려와 하얗게 쌓이던 날

먼 산은 하루 종일 침묵했다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음표들이

소리를 내며 오선지에 쌓여갈 때도

먼 산은 안개속에서 침묵했다

 

침묵은 무게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하얀 눈이 무량히 허공을 망설이다

먼저 시든 낙화 위에 조용히 앉았을 때

문득 가슴속에 똑딱거리던 초침 하나

 

그대 생각이 가볍게 나풀거리던 날

허공에 흩날리던 음률 눈으로 흘기면

꽃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었다

가다가 주저앉는 그곳에서 들릴 듯 말 듯

이미 저문 생을 아프게 다독이고 있었다

 

저녁 구름이 저물다가 제 몸 불태우고 나면

그제서야 먼 산, 어둠속에서 홀로 일어나 

제 몸 흔들며 긴 울음 삼키고 있었다

 



 


● The Rain - Misty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