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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안에서/Poem & Flower

빗방울 편지

by 緣海 2008. 6. 18.

 

 

많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우산을 받고 집을 나섭니다. 보낼 편지가 있어 우체국으로 갑니다.

우체국은 우선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문제가 소통이라는데, 여기에서는 소통되지 않을 사람이 없으며 소통되지 못할 곳이 없습니다.

샌들을 신었어도 바지는 이미 밑에서부터 후줄근하게 젖어 올라왔습니다.

 

우산을 잘 털어 우산꽂이에 꽂고 창구로 가서 편지를 전합니다.

여기는 시골이라 하루에 당도하는 속달은 없다 합니다.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시골인데요...

전화로 하면 하루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사연을 전해줄 수 있겠지만, 전화로 보낼 수 없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우체국에 가면 우선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습니다.

이 분위기에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이라도 들려온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그러나 괜찮아요. 지금 들을 수 있잖아요.

 

우체국을 나와서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하다가 1호광장에 있는 복권집을 갑니다.

차분해진 마음에 약간의 기대심을 넣어주고자 합니다.

행운이 저에게까지 찾아올 리는 없겠지만, 행운을 꿈꾸는건 마음대로잖아요.

그래서 가끔씩 기분이 우울할 때는 복권을 사서 반전을 기대합니다.

그리 큰 돈이 들지 않기도 하지만, 당첨 안되었다고 실망 또한 하지 않습니다. 가끔 본전도 하거든요.

 

이제는 집으로 돌아와 종이컵에 스틱커피를 넣어 자판기 커피 흉내를 낸 커피를 탑니다.

그리고는 에이스를 적시진 않고 크랙~~ 소리가 나도록 그냥 하나 깨뭅니다. 크래커잖아요.

그리고는 비오는 창가를 보다가 이렇게 점심나절의 한가로움을 적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마 첫날 비오는 아침나절을 저는 보냈습니다. 이제 점심 먹어야겠네요.

들꽃과 함께하는 점심이 더욱 맛날거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이어 가시길....^^*

 



<  Mozart (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467 - Andant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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