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앵두나무1 명시속의 명소를 찾아서 / 주용일의 단속사지 물앵두나무 단속사지* 물앵두나무 詩 주용일 사진 緣海 해 바뀌어 가장 이르게 익는다는 열매 물앵두를 속세와 끊어진 절터 단속사지에서 만났다 상전벽해, 단속사 터는 지금 마을이 들어서고 그곳에 늙은 부처와 보살들이 굽은 등 껴안고 산다 세상 떠돌다 한 쪽 귀퉁이 허물어져 찾아온,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물앵두 나무가 위로라도 하려는 듯 눈인사 건넨다 붉은 눈인사 받아먹고 피가 도는 나는 어쩌면 천년 전쯤 이 절의 사미였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눈이 멀어 탑돌이 여인과 도망쳤다 이제야 돌아온 파계의 사미인지 모른다 뒤늦은 뉘우침처럼 단속사지에 와서 나는 무릎을 꿇는다 밤 깊어 돌아가라 등 두들기는 노파에게 떠밀려 또 옛 파계의 사미처럼 그곳을 빠져나올 때 내 손에 물앵두 그 붉은 것이 쥐여있다 사랑으로 나를 유혹한 여인에게.. 2007. 12. 2. 이전 1 다음